■ 「고객의 탄생」 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
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
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유학할 때 이야기입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설리반이라는 할머니가 계셨지요. 하루는 캘리포니아 해변을 함께 산책하는데 할머니가 저보고 낚시를 좋아하냐고 물었습니다.

전 재빨리 대답했지요. “난 낚시를 해본 적이 없다. 내게야 눈먼 고기 밖에 잡히지 않겠냐?” 아뿔싸. 말을 끝내자마자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할머니는 앞을 못 보는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을 못 보는 분에게 이런 농담을 하다니. 정말 송구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남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 남에게 얼마나 마음 아픈 것이 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저는 고객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고객가치, 고객만족, 고객관계관리, 고객로열티 등. 그리고 살면 살수록 조직이든 개인이든 지속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지요. 고객없이는 기업이나 개인이나 존재할 수 없 으니까요.

아마존은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중심적인 회사라는 미션을 강조합니다. 아마존의 고객은 소비자, 판매자, 개발자, 기업 조직, 콘텐츠 창작자를 포괄합니다. 저의 고객은 제가 접하는 모든 사람입니다. 강의하면서 경영과 삶에 관련해 고객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전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름 삼행시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 이유재입니다.
유: 유익한 강의를 하겠습니다.
재: 재미있게도 하겠습니다.

제 인생의 모토가 “유익하고 재미있게 살자”입니다. 사람이 유익만 추구하면 인생이 건조하지요. 그렇다고 재미만 추구하면 가족, 동료, 상사, 이웃 등 주위 사람들이 피곤하지요. 유익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인생이나 강의나 마찬가지고요. 그렇다고 제 삶이나 강의가 유익하고 재미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제 삶이나 강의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제시해주지요.

이런 취지로 평소 강의나 연구에서 강조하던 이슈들을 한경 CMO Insight에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영 인사이트>라는 코너로 게재했습니다. 매주 칼럼 형식으로 7개월간 작성했던 내용을 가다듬어 책으로 펴내게 되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 게재한 칼럼이나 한국표준협회의 KS-SQI 인증 수여식 축사 등에서 관련된 것을 추가했습니다.

제겐 고객에 대한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고객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하는 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고객에 대한 모든 생각…고객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