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팔리겠냐"던 1500만원짜리 LG 제품…결국 일냈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프리미엄 TV 핵심 공략처인 유럽과 북미 점유율은 각 51%, 44%까지 치솟았다. 프리미엄 TV 대표 제품군으로 OLED TV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미엄 TV 대명사 된 OLED

2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1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점유율(매출 기준)은 31.6%를 기록했다. 지난해 팔린 1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는 총 2038만대다. 이 시장에서 OLED TV 비중이 3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만 해도 OLED TV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였다.

특히 전 세계를 통틀어 프리미엄 TV가 가장 많이 팔리는 유럽에서는 지난해 OLED TV 비중이 51%까지 늘었다. 프리미엄 TV 시장 2위로 꼽히는 북미 점유율은 44%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TV 주류가 OLED로 굳어지는 모양새”라며 “시장 초기만 해도 ‘비싸서 팔리겠냐’던 OLED TV가 업계 중요 제품군으로 꼽히게 됐다”고 말했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물질로 화면을 구성해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색 재현성이 우수하고 신호 응답속도와 명암비가 뛰어나 고화질 구현이 가능하다. 두께도 얇아 곡면 TV나 투명 디스플레이를 만들기에도 적합하다.

LG ‘나홀로’ 10년간 고군분투

OLED 시장을 일군 것은 LG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는 LCD(액정표시장치) 이후의 TV 시장을 겨냥해 OLED를 고집해왔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2013년 세계 최초로 55형 풀HD급 OLED TV 패널을 양산하면서 시장을 개척했다. 당시만 해도 OLED는 낮은 수율, 비싼 가격 탓에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불렸다. 2021년까지는 OLED TV 패널을 생산하는 곳이 LG디스플레이뿐이었다.

지난해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도 OLED TV 패널 생산에 뛰어들었다. 아직까지는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 업체 2곳만 OLED 패널을 개발·생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OLED TV 시장이 커지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OLED 패널이나 TV에 접근하는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 지난해 55형 OLED TV 평균 가격은 1360달러(약 170만원)다. LG전자가 2013년 처음 내놨던 55형 OLED TV가 1500만원이었던 데 비해 10분의 1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 직원이 ‘메타 테크놀로지’ 기술을 적용한 3세대 OLED TV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직원이 ‘메타 테크놀로지’ 기술을 적용한 3세대 OLED TV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기술 진화로 제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LG디스플레이 OLED TV 패널은 42형부터 48형, 55형, 65형, 77형, 83형, 88형, 97형 등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패널 중에서도 프리미엄으로 꼽히는 ‘3세대 OLED TV 패널’까지 개발했다. 현존하는 OLED TV 패널 중 가장 밝은 2100니트까지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유기물의 빛 방출을 극대화하는 초미세 렌즈와 휘도 강화 알고리즘을 결합한 ‘메타 테크놀로지’ 기술을 적용한 결과다.

삼성, 다음 달 국내 출시…시장 커진다

OLED TV 시장은 더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 유럽 등 일부 지역에 OLED TV를 출시했다. 기술 문제와 시장성 등을 이유로 2015년 사업을 중단한 지 7년 만이다. 다음 달 9일에는 55형, 65형, 77형 OLED TV를 국내에 출시한다.

옴디아는 올해 OLED TV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약 10% 많은 740만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2025년 900만대, 2026년 1054만대에 이를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TV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OLED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TV 시장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형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