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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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구조 변화, 소비 둔화 등으로 성장이 정체된 식품업계가 새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주로 활용하는 게 크라우드펀딩이다. 주력 소비층인 2030, 미래 소비자인 10대들의 ‘입맛’을 파악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실험적 제품을 올리고, 여기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을 상품화한다. 어떤 품목보다 소비자 접점이 넓은 식품의 특성상 마케터들도 소비자의 미세한 취향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식품기업의 크라우드펀딩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비싸도 질 좋으면…

못 봤던 맛·건강한 맛에 열광…1030세대 비싸도 지갑 열었다
7일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2021년 9월~2022년 12월 진행된 푸드 펀딩을 분석해 이 기간의 키워드를 △프리미엄 △희소성 △자기관리로 압축했다. 비싸더라도 질 좋은 제품,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제품, 자기관리에 도움을 주는 제품에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었다는 게 와디즈의 분석이다.

조사 기간에 많은 금액을 모은 제품은 비플의 프리미엄 딸기 킹스베리였다. 2021년 10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이어진 펀딩 기간에 1억6000만원을 모았다.

이 딸기는 충남농업기술원이 10년간 연구 끝에 2016년 개발한 품종이다. 크기가 성인 손만 하며 일반 딸기보다 당도가 높다. 정상가 기준 900g에 5만5000원으로, 일반 딸기의 두 배 가격인데도 완판됐다.

18세기 유럽 왕실의 공식 초콜릿으로 알려진 마야니 초콜릿(모집금액 1억1000만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가장 좋아했다는 샤르보넬워커 초콜릿(8000만원), 프랑스 대표 초콜릿 라메종뒤 쇼콜라(7000만원)도 유럽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씌워져 소비자의 관심을 받았다.

건강·참신함 추구하는 MZ세대

건강하고, 참신한 제품들도 이목을 끌었다. 작년 11월 29일부터 12월 19일까지 펀딩을 진행한 밀키트 떡볶이 브랜드인 사과떡볶이는 3주 만에 1억9000만원 이상을 모았다. 이 떡볶이는 경기 파주에서 영업 중인 같은 브랜드의 떡볶이 맛집이 파는 밀키트다. 천연 조미료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농심의 건조 식자재 브랜드 심플레이트는 참신함을 매력 포인트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농심은 집밥 요리에 자주 쓰이는 소고기 버섯 대파 닭가슴살 등의 식재료를 건조 가공해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라면에 건더기 스프를 넣듯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그대로 요리하는 데 쓰면 된다. 2021년 9월 14일부터 약 3주간 1억600만원이 모였다.

와디즈는 펀딩 결과에 기반해 올해의 식품 트렌드를 ‘메직(ME·S·I·C)’으로 제시했다. 올해도 젊은 소비자의 ‘나(me)’를 위한 소비’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은 가격보다는 효용·효능을 중시한다.

SNS 등을 통해 화제(sensation)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일수록 소비자의 소유욕은 더 높아질 것이란 게 와디즈의 설명이다. 맛집에서 먹었던 인상적인 맛(impression)을 구현한 식품, 캐릭터 스티커 등을 넣어 소장(collection)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식품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