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카드사 앱에서 다른 회사 카드도 연결해 사용하는 이른바 ‘오픈페이’ 서비스가 시작됐다. KB국민카드 간편결제 앱인 ‘KB페이’에서 신한카드로 결제하거나, 신한카드 앱인 ‘신한플레이’에서 하나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하는 게 가능해졌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처럼 특정 카드사 앱에서도 발행사 구분 없이 등록, 결제하고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픈페이 서비스는 지난달 22일 개시됐다. 은행들이 오픈뱅킹을 통해 하나의 금융 앱으로 다른 은행 계좌까지 한꺼번에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카드사들도 공동 페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제까지는 하나카드 앱 ‘원큐페이’에선 하나카드만 등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신한·KB국민카드도 원큐페이에 등록해 간편결제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카드를 보유한 소비자들도 선호하는 카드사 앱 하나만 설치하면 모든 카드의 사용내역을 조회하고 결제할 수 있다. 각 카드사 앱을 일일이 설치할 필요가 사라진다.

다만 현재는 신한·KB국민·하나카드 3곳의 앱카드만 상호 연동이 가능하다. 롯데·비씨·우리카드는 2~3월, 농협카드는 올 하반기부터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카드는 하반기부터 시스템 구축을 시작해 이르면 내년 초 개시할 예정이다. 삼성카드는 아직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오픈페이를 이용하려면 원하는 카드사 결제 앱을 우선 업데이트해야 한다. 이후 앱에서 ‘결제 수단 추가’ 메뉴에 들어가 등록하려는 카드사를 선택하고 약관 동의,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카드를 등록하면 된다. 지금은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만 결제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온라인 결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결제 방식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에서 지원하는 바코드·QR코드 결제와 휴대폰을 갖다대 결제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삼성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등이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카드사와 가맹점별로 지원하는 결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가맹점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어떤 카드사 앱이 가장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줄지에 따라 오픈페이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로 예상되는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을 앞두고 오픈페이 서비스가 나오면서 간편결제 시장은 또 한 번 지각변동을 겪게 됐다. 이제까지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빅테크가 우위에 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하루 평균 간편결제 건수는 2317만 건에 달했는데, 이 중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의 비중이 85.9%였다. 반면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사의 간편결제 이용 건수 비중은 14.1%에 불과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오픈페이의 차별점이 돋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참여사가 늘고 기능이 확대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