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첫 파업 땐 “노사 자율로 풀 사안”
5개월 지나자 “불법행위 책임 끝까지 묻겠다”
대통령실 “또 양보하면 불법 파업 잇따른다” 우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총대멘 후 정부 기조 달라져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무회의 직후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사업주와 운수종사자(차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2004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관련 조항이 생긴 후 첫 행정명령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화물연대를 향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 대해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와 비교해도 한층 강경한 수위다. 윤 대통령은 새정부 들어 화물연대가 처음으로 파업을 벌였던 지난 6월 출근길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정부가 노사 문제에 깊이 개입하면 노사가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다”며 “(총파업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풀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했었다. 당시에도 화물연대 파업이 나흘간 지속되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야 한다는 경제계 요구가 거셌지만, 정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정부는 결국 파업 8일만에 화물연대의 요구 대부분을 수용하면서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정부 안팎에선 시장주의자인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사진)이 이번 사태의 키를 쥐면서 정부가 한층 더 체계적으로 노동계 파업에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수석은 전날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도 “시장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 안전운임제와 같은 요구를 계속 수용하면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며 원칙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법을 지킬 때 보다 훨씬 더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법치주의가 확립된다”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위태한 상황에선 어떤 성장과 번영도 있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노사문제에 있어 당장 타협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 또 다른 불법 파업을 유발하게 된다”며 “노사관계가 평화롭게 해결되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법과 원칙을 바로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교통공사와 전국철도노조도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까지 겹쳐 출근 시간대 혼잡이 예상된다.29일 서울시는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신논현~중앙보훈병원)를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오는 30일 파업에 들어가면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등 비상 수송대책을 가동한다고 밝혔다.시 비상 수송대책본부는 파업이 끝날 때까지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버스 업계, 자치구, 경찰 등 관련 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비상 대책을 수행한다.시는 우선 퇴직자, 협력 업체 직원 등을 중심으로 평시 인력 대비 83% 수준인 1만3천여 명을 확보했다. 시 직원 183명도 역사 지원 근무 요원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이와 함께 대체 수송력을 높이기 위해 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 집중배차 시간을 30∼60분 연장하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역사에는 전세버스를 배치해 운행하기로 했다. 자치구별 통근버스 운행도 독려한다.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출근길 혼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 지하철 선전전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전장연은 최근 지하철 선전전 햇수를 1일 1회에서 2회로 늘리기로 했다. 전장연은 다음 달 2일까지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2시, 하루 2차례 시위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백호 서울시 도시교통 실장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수송력을 동원하는 등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지하철 이용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사 간 한 발씩 양보해 조속히 합의점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엿새째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면서 공장에서 출하장까지 직접 완성차를 몰고 가는 '로드 탁송'(개별 도로 운송) 업무에 연일 수백명이 몰리고 있다.29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차량 운송을 하는 카캐리어(탁송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출고된 차는 '일당제 기사'로 모집한 개별 운전자가 직접 출하장으로 옮기는 로드 탁송 방식으로 이송되고 있다.스포티지, 셀토스, 봉고 트럭 등 광주공장에서 나오는 완성차는 평동 출하장과 장성 물류센터로 옮겨지고 있는데 파업 이후 현재 6000여대가 로드 탁송으로 운송됐다.로드 탁송에는 일당을 받는 기사가 하루에 500~700명씩 동원되고 있다.이들은 탁송업체가 이번 파업에 대비해 사전에 뽑아놓은 인력으로, 하루에 15만원가량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광주공장은 "일당제 기사들은 매일 오전 5시에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 주차장에 집결해 버스를 이용해 1, 2공장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추가 인력이 필요하면 현장에서 기사들을 모집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기아 광주공장 관계자는 "로드 탁송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없도록 안전 운행과 차량 보호에 온 힘을 쏟고 있다"면서 "화물연대 파업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