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통합운전실. 연간 수백만 대의 자동차에 쓰이는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이 공장의 통합운전실 창문 너머로 고로(高爐)에서 녹인 쇳물이 길이 7~8m 슬래브(철강 반제품)로 가공된 뒤 반입되고 있었다. 슬래브를 가열한 뒤 압연, 냉각, 권취(코일 형태로 감는 작업) 등 4단계로 이뤄지는 열연 공정이 컴퓨터 모니터의 3차원(3D) 화면을 통해 한눈에 들어왔다. 포스코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총동원해 구축한 디지털 트윈 공장이다.

13일 경영계에 따르면 철강 조선 기계 자동차 등 수출을 견인하는 국내 전통 제조업체들이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 스마트공장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을 앞세워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등대공장’으로 뽑힌 포스코, LS일렉트릭, LG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국내 제조업체는 획일적 규격의 제품을 대량 생산했다. 산업계의 필수 원자재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은 ‘찍어내면 팔리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전통 생산방식으로는 성장과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베테랑 근로자의 경험과 감(感)에 의존하는 방식으론 더 이상 원가 절감과 품질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 맞춤형 제품을 원하는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제조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한 화두가 디지털 대전환(DX)이다. 가상세계에 똑같이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통해 조업 편차 감소에 따른 생산성 및 품질 향상뿐 아니라 안전사고까지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명장(名匠)들의 숨결과 경험까지 디지털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포항=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