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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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간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추진한 신규 사업이 12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예타 면제 사업 총액(86조원)보다 40% 많다. 문재인 정부가 예타 면제를 남발하면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예타 제도를 손질하기로 하고 다음달 정비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25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2017년 5월~2022년 4월) 중 149개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았다. 이명박 정부(90개)와 박근혜 정부(94개)보다 훨씬 많다. 예타 면제 사업 규모도 문재인 정부는 120조1000억원으로 이명박 정부(61조1000억원)의 2배, 박근혜 정부(25조원)의 4.8배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는 예타 면제를 남발해 타당성 조사 없이 대규모 사업을 잇달아 추진했다. 집권 첫해 도입한 아동수당 등 수조원이 드는 각종 현금성 사업이 타당성 조사 없이 시행됐다. 김천~거제 구간 남부내륙철도 건설, 평택~오송 철도 복선화, 새만금공항 등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23조1000억원)와 가덕도신공항(13조7000억원) 같은 대형 인프라 사업, 한국판 뉴딜(6조7000억원)로 대표되는 ‘문재인표’ 정책 사업도 예타를 면제받았다.

문재인 정부 임기에 국가재정이 급속히 악화한 데는 이 같은 예타 면제가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말 591조9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이날 국회예산정책처 국가채무 시계 기준으로 1043조원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첫해 36.0%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말 50%에 이를 전망이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5.2%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 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한 데 맞춰 예타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예타 면제 요건을 높이고 예타 면제 사업의 사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 예비타당성 조사

일정 규모 이상 재정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따지는 제도다. 재정 낭비를 막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