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이 아니라 물가 때문에라도 재택근무를 해야겠어요. 회사 근처에서 점심 식사하고 후식 커피까지 마시면 1만5000원 지출이 기본입니다. 밖에서 식사하기가 무섭네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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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직장인들의 식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들은 편의점에서 도시락·김밥 등 간편식으로 끼니를 채우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 지난달 냉면 가격은 1만269원으로 전년 동월(9500원)대비 8.1% 올랐다. 비빔밥은 9538원으로 6.0%, 김치찌개 백반과 김밥은 각각 7385원, 2496원으로 7.9%씩 올랐다.

서울 중구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회사원 박모씨(32)는 "이번 달부터는 부서원들과 함께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횟수를 주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며 "매일매일 이 돈을 주고 먹자니 너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들이 '나를 유별나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지만 다들 높은 물가에 부담을 느껴서 그런지 오히려 나의 행동을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씨와 같이 식당 식사를 줄이는 사람이 많아지며 오히려 편의점의 간편식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GS25의 올해 2분기 도시락과 김밥 매출은 전 분기 대비 각각 30.8%, 46.6% 증가했다. 햄버거·샌드위치는 35.9%, 빵류는 58.7%, 컵밥·즉석밥류는 26.6% 늘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식사를 하려는 회사원을 겨냥해 편의점업계는 관련 상품을 대상으로 할인 마케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GS25는 7월 한 달간 컵밥 35종을 '2+1' 할인 판매한다.

이마트24는 지난 3월부터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라스트오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이용 건수는 4월 106%, 5월 98%, 6월 122% 증가했다.

CU는 월 구독료를 결제하면 정해진 횟수만큼 도시락 등 일부 제품을 할인받을 수 있는 구독 쿠폰을 판매하고 있다. 이 쿠폰 판매량 역시 전분기 대비 13.3% 늘었다.

CU 관계자는 "회사에서 제공한 식권으로 편의점에서 결제한 금액도 35.1% 증가했다"며 "식당에서 식권을 사용하려면 추가금액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편의점에서는 도시락이나 김밥 등을 넉넉히 사 먹을 수 있어 편의점을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간편식 판매량은 늘었다. 매번 편의점에 가는 것보다 한꺼번에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인식에서다.

마켓컬리의 올 2분기 컵도시락 판매량은 1분기 대비 1.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덮밥, 김밥 판매량도 각각 1.4배, 1.3배 늘었다.

이효선 마켓컬리 가정간편식 상품기획자(MD)는 “외식 물가 상승으로 도시락 등 간편한 가성비 한 끼 제품을 찾는 고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맞춰 약 12개월까지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