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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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불똥이 창호·커튼월(통유리벽) 시공을 하는 전문 건설업체에까지 튀었다. 창호·커튼월 프레임 등의 원자재로 쓰이는 알루미늄 시세가 급등하면서 “건물 공사를 진행할수록 적자만 본다”는 위기의식이 업계에 퍼지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붕괴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충격파가 산업 각 분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위기의 창호업계 "통유리벽 공사, 할수록 손해"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튼월 및 창호 전문 시공업체들로 이뤄진 한국창호커튼월협회는 최근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 사업자의 경영 부담이 견디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건설산업 정상화를 위해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커튼월 시공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커튼월 시공 업체들이 다급한 목소리를 낸 데에는 주요 소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공급망 불안 여파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이달 들어 훌쩍 뛰었다. 러시아는 중국, 인도에 이은 세계 3위 알루미늄 생산국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작년 3월 t당 2154달러에서 이달 3984달러(7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창호커튼월협회의 한 회원사 관계자는 “1년 전과 비교해 알루미늄 압출 업체가 공급하는 단가가 두 배가량 올랐다”며 “커튼월 시공은 건설사와 계약을 맺은 후 3~6개월이 지난 뒤 이뤄지기 때문에 그간 알루미늄 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창호·커튼월 전문업체들은 2010년대 이후 커튼월 공법을 적용한 주상복합건물 등이 늘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커튼월은 건물 외벽을 마치 커튼 치듯이 철골 외벽 사이에 유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시공된다. 기존 콘크리트, 벽돌 등보다 경제적이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어 최근 들어 일반 상가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현대알루미늄, 일진유니스코, 알루이엔씨 등이 알루미늄 커튼월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 업체 매출은 800억~1300억원(2020년 기준)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알루미늄은 물론 금속의 변색과 부식을 막도록 도장하는 데 쓰이는 도료, 금속과 유리의 이음새를 처리하는 실리콘 실링재 등 가격이 모두 뛰면서 최근 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수도권 건설 현장에 커튼월·창호 등을 공급하는 한 전문 건설업체는 “10여 개 공사 현장이 있는데 원가 폭등으로 공사를 할수록 손해가 생겨 작년부터 누적 손실이 100억원을 넘는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재가 상승은 커튼월 시공업체의 원청사인 건설사와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일부 커튼월 시공업체들은 건설사에 “원자재 인상분을 인정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도 특정 금액에 발주처와 계약을 맺어 커튼월 업체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