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참여할 길이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7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부는 이날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심의위는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 대변 단체(법인) 및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천한 자 등 민간위원 15명으로 구성됐다.

심의위가 오전부터 오후 8시까지 ‘마라톤 회의’ 끝에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중고차 판매업이 서비스업 전체에 비해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다른 업종 대비 소상공인의 연평균 매출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또 완성차업체의 진출로 중고차의 제품 신뢰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 후생이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심의위는 다만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완성차업계는 중기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완성차 5개사가 회원사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이날 “중고차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다”고 밝혔다. 완성차업체들은 기존에 마련한 상생안인 △구입 후 5년·주행거리 10만㎞ 이내 차량 대상 △이외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중고차 매매업계에 공급 △단계적 시장 진출 △중고차 판매원 대상 신기술, 고객 응대 교육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늦었지만 글로벌 완성차업체처럼 중고차사업을 통해 차량 전 생애 주기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자동차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지난 7일 360도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전시장을 공개하는 등 중고차사업 진출안을 제시했다. 기아는 올 1월 전북 정읍에 중고차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 등도 6개월 안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

김형규/김동현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