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로 '썩는 플라스틱' 원료 개발한 그린바이오, 말레이시아에서 3조원 '잭팟'
땅에 묻어두면 6개월 안에 분해되는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은 주로 비닐, 일회용 컵·그릇 등에 쓰일 뿐 아직 일상에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열에 약하고 작은 충격에도 파손되는 등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친환경 플라스틱용 원료(컴파운드) 공급 기업인 그린바이오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옥수수 전분을 발포시켜 플라스틱을 만드는 제조 기술을 개발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이 회사 제품은 최대 260도까지 견뎌 전자레인지 용기로 써도 되고 자동차 범퍼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인장 강도가 강하다. 대부분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이 최대 90도를 견디지 못해 주방 용기로 사용하기 어려운 것과는 차이가 난다.

옥수수 전분으로 생산해 가격이 기존 대비 절반에 불과하고 땅에 묻을 경우 생분해 속도는 기존 6개월에서 2주로 대폭 단축됐다. 성능과 경제성, 환경 등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국내외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그린바이오와 협업하고 있다. 삼양사와는 차세대 생분해 비닐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에 나섰다. 화승케미칼과는 친환경 신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애경에이텍과는 친환경 칫솔, 편의점업계와는 친환경 용기 공동 개발도 추진 중이다.

그린바이오는 컴파운드 공급뿐만 아니라 직접 생분해 비닐과 용기를 생산해 삼성물산 롯데 농협 스타벅스 등에 납품하고 있다. 구글도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투자를 위해 이 회사와 업무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수수로 '썩는 플라스틱' 원료 개발한 그린바이오, 말레이시아에서 3조원 '잭팟'
그린바이오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10년간 3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따내 올해부터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그린바이오에 따르면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세운 자국 내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을 맡은 회사 제이마코홀딩스와 10년간 2조원 규모의 컴파운드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자국 내 친환경 플라스틱 보급이 시급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국내 생분해 컴파운드 생산 기술과 설비를 일괄 수출하기로 하면서 얻게 된 대규모 일감이다. 800억원 규모의 생산설비 수출과 8000억원 이상의 현지 공장 건설사업 일감도 확보했다.

2016년 설립된 그린바이오는 빌딩 공조시스템이 주력 사업이었지만 2017년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친환경 플라스틱사업에 투자했다. 작년 4월엔 리먼브러더스, 삼성전자, CJ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한상훈 대표(사진)가 대규모 외부 투자자 유치와 함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친환경 기술 상업화를 이끌고 있다. 2024년 코스닥 상장도 준비 중이다.

한 대표는 “올해 500억원의 매출처를 확보했고 내년엔 2000억원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스마트폰 케이스부터 자동차 대시보드까지 50조원 규모인 플라스틱 소비재·산업재 시장을 모두 친환경 생분해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