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너지, 리튬티탄산화 배터리 북유럽서 돌풍
차세대 2차전지인 리튬티탄산화물(LTO) 배터리의 국내 유일한 양산업체인 그리너지가 네덜란드 건설장비업체로부터 5년간 240억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글로벌 완성차·전기차업체를 비롯해 철도·중장비업체들과 공동 개발 중인 2차전지 사업이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2023년 매출이 5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LTO 배터리는 2차전지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을 LTO로 대체해 수명, 안전성 등을 대폭 개선한 제품이다. 전기차와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는 저온에선 충·방전 성능이 떨어지고 급격한 온도 상승에 폭발할 수 있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LTO 배터리는 영하 30도에서도 충전할 수 있고 400도 이하 온도에서는 불이 나지 않아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출력 성능은 3배로 강해지고 충전 시간은 10분의 1로 짧아졌으며 배터리 수명은 7배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리너지는 설계가 자유로운 ‘파우치형’ LTO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LTO 배터리업체인 일본 도시바도 파우치형은 아직 양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특허 13개, 국제 특허 9개가 있다. 2017년 회사를 설립한 방성용 대표(사진)는 현대자동차와 LG전자, 애플, 테슬라 등에서 20년간 2차전지 및 전기차 개발을 담당한 전문가다.

그리너지 제품은 북유럽에서 수요가 높다. 환경 정책으로 2차전지 수요가 높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충·방전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건설장비업체 스타드(STAAD)가 그리너지로부터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를 내년부터 5년간 2000대가량(240억원 규모) 구입하기로 한 이유다. 장치 한 개엔 LTO 배터리 수백 개가 들어간다. 건설현장에서 대기오염이 심했던 기존 디젤발전기를 대체하는 용도다.

핀란드에선 차세대 노면전차(트램) 개발사업을 통해 내년부터 LTO 배터리를 시범 공급할 예정이다. 예상 매출만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세계 유수의 완성차업체와 2025년 공급을 목표로 전기차용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기 안산, 충북 충주 등 기존 공장의 생산능력을 내년 초까지 4배로 늘릴 계획이다. 올 하반기엔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IB)을 통한 500억~1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도 추진한다. 방 대표는 “LTO 배터리를 앞세워 연간 53조원 규모의 관련 2차전지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