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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이 모두 결혼해 남편과 단 둘이 사는 주부 양모 씨(63)는 최근 밀키트(반조리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늘었다.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아 직접 식자재를 사 요리를 하는 비용이 만만찮게 들기 때문이다.

두 식구가 먹는 한 끼를 차리려 여러 식재료를 사다보면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일이 많아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양 씨는 “식구가 적을수록 밀키트가 경제적인 것 같다. 요즘은 메뉴도 다양하게 나와 자주 사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정에서도 ‘해먹는 밥’을 ‘사먹는 밥’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한 끼 요리에 필요한 개별 식자재를 구매해 요리를 하는 시간과 노력을 감안하면 밀키트가 더 효율적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잘 손질된 채소 등 식재료, 칼로리가 낮은 고단백 샐러드와 밀키트, 건강에 좋은 보양 가정간편식(HMR) 등은 필수 구매 목록이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밀키트 수요가 늘고 있다. 2017년만 해도 20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3년 만에 100배가량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0년 밀키트 시장은 1880억원 규모 수준으로 성장했다. 2025년까지 연평균 31% 성장해 725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햇반이나 인스턴트, 냉동식품 등이 전부였던 가정 간편식 시장은 대체육, 호텔 음식 등 메뉴가 다변화됐다. 밀키트의 최대 장점은 편의성.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자재와 양념만으로 짧게는 몇 분만에 간편하게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집밥족 증가와 외출 기피 현상까지 더해지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어린이집 개원, 학교 개학 등도 미뤄지면서 간식까지 포함해 하루 평균 다섯 끼를 챙겨줘야 하는 주부들은 물론, 50~60대 소비자까지 밀키트를 찾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밀키트, 즉석조리식품 판매대.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밀키트, 즉석조리식품 판매대. /연합뉴스
특히 식탁 물가가 높아진 만큼 오히려 밀키트가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떠올랐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넉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주요 식자재인 농축수산물은 6.3%나 올랐다. 한 알당 3000원이나 하는 딸기까지 등장한 게 비싸진 밥상 물가의 대표적 사례다.

‘집밥’ 물가와 직결되는 가공식품 물가도 지난달 4.2% 올랐다. 2014년 8월(4.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밀가루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 올랐고 국수(27.8%) 식용유(14.4%) 우유(6.6%) 어묵(6.6%) 햄 및 베이컨(5.2%) 등도 많이 올랐다. 정부는 물가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밀키트의 가격 변동폭은 크지 않다. 밀키트 업체들은 농가와 계약 재배 혹은 연 단위 공급을 맺고 있다. 식자재 시세 변동에도 동일한 가격으로 밀키트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식자재값이 껑충 뛰면서 1만원 이하대 가격의 밀키트는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1만7000원가량에 팔리는 밀키트 '밀푀유나베'에 필요한 채소를 마트에서 모두 구매해 요리하는 경우가 오히려 비용 부담이 더 크다.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엣서 밀푀유나베를 요리할 때 들어가는 식재료들 가격(소매가 기준)을 보면 △느타리버섯(100g) 1102원 △배추(1포기) 4070원 △깐마늘(500g) 6293원 △깻잎(100g) 2590원) △소고기(미국산 갈비살·300g) 9714원 등에 형성됐다. 전체 식재료 중 몇 가지 가격만 해도 이미 2만3000원을 넘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판매 채널과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부담스러운 가격대인 셈.

40대 맞벌이 직장인 손태훈 씨도 저녁은 밀키트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손 씨는 “물가가 워낙 오르니 집밥을 직접 만들어 먹어도 그렇게 싸지도 않다”며 “식자재를 구매해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간단히 밀키트를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고 편리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리서치 전문회사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가정간편식(HMR)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응답자의 48%는 주1회 이상 HMR을 섭취한다고 응답했다. 1인 가구(57.2%) 및 2인 가구(51.4%)와 같이 세대 구성원이 적을수록 빈도수는 높은 경향성을 보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