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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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씨(30)는 지난해 회사에서 열린 퇴직연금 교육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뜻하지 않게 한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행사 말미에 자신을 모 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한 강사가 나타나 “최저보증이율이 높아 목돈 마련에 적합한 적금 상품이 있다”며 가입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해당 강사는 은행이 아닌, 보험 판매 전문업체인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이었고 상품도 저축성 보험이 아니라 초기 사업비 명목의 수수료를 많이 떼는 종신보험이었다.

금감원, 보험 불완전판매 많은 GA 손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생명·손해보험협회와 간담회를 열고 대형 GA의 불완전판매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GA의 협상력이 커지다 보니 대형 보험사조차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손해보험 채널별 불완전판매에서 GA가 차지하는 비중은 66.5%(5102건)에 달했다. 2위인 보험사 전속 설계사(21.5%·1649건)의 세 배를 넘는다. 지난해 3월부터 소비자피해예방 부문을 맡고 있던 조영익 금감원 부원장보가 최근 인사에서 보험 담당으로 전격 이동한 것도 대형 GA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경 기조를 뒷받침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일부 GA를 대상으로 부문 검사에 들어갔으며 ‘브리핑 영업’ 관행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핑 영업이란 GA 소속 설계사들이 성희롱 예방, 개인정보 보호 등 직장 내 의무교육 및 세미나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기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GA 설계사 중에는 기업 의무교육에 필요한 강사 자격증까지 보유한 이도 있다”며 “설계사 두세 명이 조를 짜서 해당 교육과정의 휴식시간 등을 활용해 보험 상품에 대해 브리핑하는 방식으로 영업 활동을 펼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브리핑 영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법인보험대리점 통합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소속 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대형 GA 65곳의 연간 보험 청약철회 건수는 △생명보험 12만7480건 △손해보험 22만1425건 등 총 34만8905건에 달했다. 청약철회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그만큼 문제가 많았다는 의미다.

금감원도 지난해 사회초년생에 대한 종신보험 불완전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감원 측은 “저축성 상품으로 설명을 듣고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며 낸 돈을 돌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10~20대 피해자의 상당수가 GA의 브리핑 영업을 통해 가입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주요 보험사는 대리점 수수료를 산정할 때 계약유지율, 고객불만 건수, 사후관리서비스 등 질적 평가지표까지 반영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 같은 개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