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생활가전 모바일 사업 등을 아우르는 ‘DX’ 부문이 새로 출범했다. 제품 경험(Device eXperience)을 뜻하는 DX에는 고객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삼성 'DX'부문 출범…CES서 혁신제품 쏟아낸다
삼성전자는 12일 VD(영상 디스플레이), 생활가전, 의료기기, MX(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로 구성된 DX 부문을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총괄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맡는다. 삼성전자는 DX 부문 출범을 발표하면서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차별화된 제품·서비스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삼성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로드맵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제품 간 연동 시스템을 발전시키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TV를 구매할 경우 OTT(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등과 같은 콘텐츠 공유를 위해선 스마트폰도 삼성전자 제품을 사는 것이 유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삼성전자의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함께 구매할 때 생활 환경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한 부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삼성 생태계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 것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비스포크 큐커로 새로운 요리문화를 만들고, 더 프레임 TV로 예술 콘텐츠를 즐기는 플랫폼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과 맥북 등으로 형성된 애플 생태계에 들어간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 재구매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맥락에서 ‘CX(Customer eXperience·고객 경험)·MDE(Multi Device Experience·멀티 디바이스 경험) 센터’도 신설했다. 제품 전반에 걸쳐 일관성 있는 삼성전자 고유의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도 고객 경험을 강조한 다양한 스마트홈 쇼룸을 선보일 계획이다.

DX 부문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과 삼성전자의 양대 축을 이룬다. 매출로 따지면 DX 부문이 55~60%를, DS 부문이 나머지를 책임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국내 평택 4라인이 완공되면 DS와 DX 부문 매출이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DX라는 개념을 정립하면서 DS 부문과 사업을 명확히 구분하는 효과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글로벌 경쟁 기업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도체 제조를 맡길 경우 제품 전략이 삼성전자의 가전과 모바일 부문으로 새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대만 TSMC는 “고객과는 경쟁하지 않는다”며 이런 점을 은연중에 부각시킨 마케팅 기법을 써오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실 내에 공급망 인사이트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