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모빌리티 미래를 보다
(4) 미래차 허브로 뜬 뮌헨

뮌헨 = 김일규 산업부 기자
인텔의 모빌아이는 독일 뮌헨에서 내년부터 자율주행 로봇택시를 운행한다. 모빌아이가 시범운행하는 모습.   /인텔  제공

인텔의 모빌아이는 독일 뮌헨에서 내년부터 자율주행 로봇택시를 운행한다. 모빌아이가 시범운행하는 모습. /인텔 제공

지난 7일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 2021’ B2 전시장. 독일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포르쉐의 올리버 블루메 회장과 크로아티아의 떠오르는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오토모빌리의 마테 리막 최고경영자(CEO) 간 대담이 열렸다. 고속 전기차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대담이 끝난 뒤 블루메 회장이 조용히 퇴장한 반면 리막 CEO는 수십 명의 관람객에게 둘러싸였다. 방문객들은 리막 CEO와 ‘셀카’를 찍거나 명함을 주는 등 인사를 나누며 그를 10분 이상 놓아주지 않았다. 73년 역사의 포르쉐와 신생 업체 리막의 명암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독일은 메르세데스벤츠 창업자 카를 벤츠가 1885년 내연기관차를 발명한 이후 130여 년간 자동차산업에서 세계 최강국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현지에선 독일 자동차 기업들의 독보적인 지위가 역설적으로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자동차 기업의 현주소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중국에서 전기차가 100만 대 이상 팔린 2019년 독일에선 전기차가 약 10만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독일 폭스바겐은 전기차 부문에선 미국 테슬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날 IAA 전시장을 찾아 “독일 자동차산업은 과거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잠든 독일 기업을 깨운 것은 정부였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자동차산업 부양책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두 배로 인상했다. 독일 소비자들은 최대 9000유로(약 124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살 수 있게 됐다. 이 덕분에 독일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약 40만4500대로, 2019년 대비 278.7% 폭증했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독일 정부는 자율주행차산업 지원과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레벨 4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의 정부안을 발표했다. 관련 법안은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레벨 4는 차량이 모든 상황에서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통제하는 완전자율주행 단계다. 독일에선 내년부터 자율주행 셔틀, 자동 여객 운송, 물류센터 간 무인 운행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즉각 호응했다. 인텔의 자율주행 부문 모빌아이는 IAA에서 내년 뮌헨에 50대의 자율주행 택시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잭 위스트 모빌아이 부사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독일의 정책 덕분에 뮌헨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뮌헨 도심을 지나는 고속도로에는 5㎞ 구간의 독일 첫 ‘친환경 차로’도 등장했다.

한국 정부는 어떨까. 거꾸로 가거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전기차 대당 보조금을 오히려 깎았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올 들어 인상했다. 자율주행 관련 규제는 레벨3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 때문에 완성차 기업들은 직접 중고차를 팔 수도 없다.

'미래차 아우토반' 열어준 獨정부…잠자는 기업 깨웠다

한국 대표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세계 선두권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래차 산업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책과 규제 완화가 시급한데도 업계에선 “도와주진 못하더라도 발목만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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