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2023년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을 만 56세 이상에서 만 57세 이상으로 바꾼다. 정년 전 임금이 깎이는 기간은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 다른 국책은행과 금융 공기업도 최근 잇달아 임금피크 대상자를 축소하고 있다. 정부의 국책은행 희망퇴직 제도 개선이 지지부진하자 실무 인력을 확보하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국책銀 임금피크 기간 3년으로

국책은행, 임금피크 기간 4년→3년으로 줄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노사는 지난달 25일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내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정년(만 60세)을 감안하면 임금이 깎이는 기간이 1년 줄어드는 것이다. 단 인건비 부담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는 2023년으로 정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이 막힌 뒤 임금피크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현업에서 부작용이 있었다”며 “실무 근무 인력을 늘리고, 임금피크제로 인해 떨어진 조직의 활력을 끌어 올리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책은행과 금융 공기업도 줄줄이 임금피크 기간을 줄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올 상반기 임금피크 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바꾸기로 하고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업은행도 2016년 합의를 통해 당초 5년이던 임금피크 기간을 단계적으로 3년까지 끌어내렸고, 신용보증기금도 2023년까지 3년으로 맞추기로 했다. 한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에 들어가면 임금만 깎이는 게 아니라 후선에서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임금피크 근로자가 줄어드는 만큼 실무 인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퇴직 매듭 올해도 못 푸나

국책은행 노사가 잇달아 임금피크제 손질에 나선 것은 출구가 없는 희망퇴직 문제 때문이다. 2015년 감사원이 국책은행의 명예퇴직금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이후 명퇴금이 임금피크 후 임금의 45%에 묶였다. 시중은행 명퇴금의 3분의 1~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후 희망퇴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서 전체 조직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이번에 임금피크제 개선에 합의한 산은은 현재 기준(만 56세 이상)으로 임금피크 적용 직원이 340명에 달한다. 전체 인원의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업은행(약 10%), 수은(약 6%) 등 다른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은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정부가 정원을 관리하기 때문에 채용 인원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데, 인사 적체가 해소되지 않으니 일할 인력이 없다”며 “휴직으로 비는 인력을 고려해 정원 대비 초과 채용을 허가하는 탄력적 정원 관리제를 정부와 정치권에 건의했으나 아직 대답은 듣지 못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희망퇴직을 통한 공식 ‘퇴로’를 열어주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하반기부터 희망퇴직 문제 개선 논의에 들어갔으나 아직 구체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당초 연말께 시행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예상이었으나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조건을 개선해 시행하면 자연스럽게 임금피크 근로자 비중을 줄이고 청년 채용을 늘릴 수 있다”며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니 노사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