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FP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FP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제 호전을 시사하면서 예상보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Fed는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제로(연 0.00~0.25%) 수준으로 동결하고,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뒤 1년 넘게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Fed는 성명에서 "작년 12월 위원회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그 이후 경제가 이러한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더불어 "진전에 대한 평가를 다음 회의들에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별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경제 호전에도 불구하고 완전 고용을 달성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위기 전에 비해 600~700만개의 일자리가 적은 상태"라며 "강한 일자리 증가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델타 변이 확산과 관련해 경제적인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연이어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최근 몇 달 새 완화됐다"며 "델타 변이에도 이런 정황이 적용될 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의 경제적 충격이 작을 수 있다"면서도 "바이러스가 직장 복귀와 학교 재개를 늦추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건물. /사진=연합뉴스
미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건물. /사진=연합뉴스

"9월 테이퍼링 공식 선언 가능성도"…7~8월 고용지표 개선세가 '관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테어퍼링 발표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제기했다. 정책결정문의 테이퍼링 단락에 "경제상황 진전" 및 "다가오는 몇몇 회의에서 계속 평가할 것임"이라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주요 투자은행들은 정책결정문상 경제회복세 평가가 유지되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 등이 대체로 예상에 부합했다고 평가했다"면서 "일부에서는 테이퍼링 단락의 내용을 주목하며 발표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정책 결정문상 다가오는 회의(in coming meetings) 표현이 추가된 것은 9월 FOMC 등 모든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할 수 있다는 경고"라며 "9월 발표 후 12월부터 매월 국채 1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달러씩 매입량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테이퍼링 선언이 빠르면 9월에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상존한 환경에서 Fed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7월과 8월 고용지표 개선세가 강화되면 9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선언할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짚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9월 연방정부 실업급여 보조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신학기와 더불어 학교가 순차적으로 개교하며 돌봄 종사자들의 일터 복귀가 속도를 낼 것"이라며 "9월 파월 의장이 원하는 그림이 현실화되면서 비로소 테이퍼링 윤곽을 제시할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상당 기간 기다린 후 테이퍼링에 착수해야 하는 만큼, 당장 4분기부터 테이퍼링이 시작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12월 '다음달부터 시작'한다는 착수 선언 후 시장 예상대로 내년 초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8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회의 결과는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하며 국제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방안을 상시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