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새벽영업 금지·월 2회 의무휴업
與 개정안 내놨지만 의지 없어

"쿠팡·컬리와 경쟁에 역차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박한신 생활경제부 기자
새벽배송 시대에…10년째 손발 묶인 마트

“예상치 못했는데 국회의원들이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네요. 법안이 통과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던 상황이 바뀌고 ‘본 게임’이 벌어질 듯합니다.”

지난달 여당 국회의원 11명(고용진·조정식·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자 한 대형마트 관계자가 한 얘기다. 반신반의하면서도 기대감이 묻어 있는 말투였다.

개정안에서 발의 의원들은 현 상황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해 유통산업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과거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가 불합리하게 존속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통시장 대 대형마트’라는 낡은 관점에서 출발한 과거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의무휴업 규제가 시작된 게 2012년 3월이다.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는 ‘유통 공룡’이었다. 지난 10년간 국내 유통시장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격변을 겪었다.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쇼핑을 하러 대형마트에 가지 않는다. 집 앞으로 ‘1분이라도 빨리’ 갖다주는 퀵커머스 시대에 대형마트는 이제 ‘을’ 신세로 전락했다. 대형마트들이 한산한 오프라인 점포를 판매 채널이 아니라 배송 거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도심 속 마트 점포를 물류센터처럼 활용하면 배송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에는 여전히 새벽시간 영업 중단과 월 2회 의무휴업일이라는 ‘10년 전 대못’이 박혀 있다. 이 시간 동안은 온라인 배송 업무도 하지 못한다. 하루의 절반 이상은 완전 폐쇄되는 곳이 ‘물류거점’일 수는 없다. 새벽배송이 일상이 된 유통 환경에서 족쇄를 달고 뛰는 셈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출발한 쿠팡과 마켓컬리는 새벽에 힘을 내는데, 우리는 오프라인으로 출발했다는 이유로 같은 시간에 강제휴무를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최근 “여당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에 큰 의지가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안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등에 온라인 영업까지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이라는 문구를 넣을 정도로 정치권도 현 규제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기회에 이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e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더 왜곡될 것이란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