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주도하는 MEHL과 1997년부터 합작 사업
강판 사업은 24년 만에 합작관계 종료 선언
실제 관계 종료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

군부에 밉보여 ‘알짜배기’ 가스전 사업도 영향
"독재국가 투자와 군부에 대한 투자는 달리 봐야"
"신장 위구르 탄압하는 中 투자도 멈춰야 한다는 논리"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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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군부 쿠데타로 유혈 사태를 빚고 있는 ‘미얀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미얀마 군부기업과의 합작관계를 중단하기로 했다. 1997년 합작을 시작한 지 24년만이다.

참여연대 등 국내 시민단체들은 포스코강판 등 포스코 자회사들이 현지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수익 일부가 미얀마 군부에 흘러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외국 투자자와 인권단체도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포스코를 압박하고 있다.

군부와의 합작 관계를 청산하면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가스전을 비롯, 다른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강판사업은 ‘발 빼기’ 시도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강판은 최근 MEHL과 관련된 이슈가 제기되면서 MEHL과의 합작관계를 종료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포스코강판 관계자는 “자사의 미얀마 철강사업이 계속해서 미얀마 주거환경 개선과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잇단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미얀마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회사로서 지속 성장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MEHL은 최근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지적하는 의혹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현지 기업이다. 1990년 설립된 MEHL(Myanmar Economic Holdings Ltd.)은 직역하면 미얀마경제지주사로, 일종의 군인복지법인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MEHL은 현지에서 광업, 통신, 금융, 관광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MEHL은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한다. MEHL 주주로는 미얀마 군사령부와 사단 및 대대 등이 포함돼 있다. 각종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이 군부에 흘러간다. 특히 로힝야족 학살과 이번 쿠데타에 앞장선 33경보병사단에도 막대한 자금이 MEHL을 통해 흘러들어갔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미얀마 쿠데타가 발생한 직후 MEHL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얀마포스코강판 공장의 조업 장면. 사진=연합뉴스

미얀마포스코강판 공장의 조업 장면. 사진=연합뉴스

포스코는 MEHL과 1997년부터 합작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포스코는 MEHL과 합작으로 아연도금강판 생산회사인 미얀마포스코스틸(MPSC)을 설립했다. 포스코가 지분 70%, MEHL이 30%를 보유했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90년대 중반 두 차례 미얀마를 찾아 설립을 주도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시 삔마빈공단에 1만6000㎡ 규모의 공장을 세운 포스코스틸은 진출 10년만에 미얀마 아연도금강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아연도금강판은 주로 주택이나 공장 등의 지붕재로 활용된다. 2011년에는 미얀마에 진출한 외국 제조업체 중 납세 규모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얀마포스코스틸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포스코의 해외 시장 진출의 최고 성공 사례로 꼽혔다. 당시 포스코도 대대적으로 이런 사실을 대내외에 홍보했다. 이 때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는 등 민주화의 봄이 무르익던 시절이었다.

미얀마포스코의 성공은 그룹 자회사의 미얀마 진출을 이끌었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강판은 2013년에 미얀마에 진출했다. 포스코강판의 전신은 1988년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포항도금강판이다. 1998년 포스코가 동국제강 지분을 인수하면서 포스코 자회사로 편입됐다. 주력제품은 컬러강판이다.

포스코강판도 MEHL와 합작해 미얀마포스코C&C를 설립했다. 이 역시 포스코강판이 지분 70%, MEHL이 30%를 보유했다. 공장은 미얀마포스코스틸 옆에 세웠다. 두 공장을 합치면 총 3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직원은 생산직에 종사하는 미얀마 현지인이다.

포스코는 2016년부터 사실상 두 회사의 운영 및 관리시스템을 통합해 왔다. 개별 법인 체제는 유지한 채 사실상 한 회사로 관리해 온 것이다. 포스코는 2019년 5월 보유하고 있던 미얀마포스코스틸 지분 70%를 자회사인 포스코강판에 매각했다. 포스코의 아연도금강판 법인과 포스코의 컬러강판 법인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취지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미얀마포스코C&C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법인 통합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내 사업체를 미얀마포스코C&C로 일원화한 셈이다. 물론 MEHL이 보유한 30%의 지분은 변동이 없었다.

지난 1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국제엠네스티 등 해외 인권단체들은 포스코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MEHL과의 합작관계를 끊으라고 촉구했다. 싱가포르 담배 회사 RMHS와 기린맥주로 유명한 일본 기린홀딩스도 MEHL과의 합작관계 철회를 선언했다.

참여연대 등 국내 시민단체들도 서울 삼성동 포스코 본사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며 포스코를 압박하고 있다. 포스코는 자회사의 문제라며 일절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포스코강판은 2017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무슬림 탄압 사건 이후 MEHL에 배당을 중단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2017년부터 MEHL에 배당을 중단한 것은 이 때부터 당기손실을 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9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던 미얀마포스코C&C는 2017년 15억원, 2018년 18억원, 2019년 3억원의 당기손실을 냈다.

포스코강판의 사업 재검토 소식이 처음 나온 것은 이달 초였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6일 소식통을 인용해 포스코강판이 MEHL의 합작투자를 청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포스코강판 관계자는 “사업관계 재검토를 고려 중이나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지상황이 수시로 급변하는 상황이라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합작관계 재검토를 추진한다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MEHL이 보유한 지분 30%를 포스코강판이 사들이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지분 매입 의사를 MEHL에 전달했다는 것이 포스코강판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MEHL이 지분 매입을 거부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진짜 문제는 ‘미얀마 가스전’
미얀마포스코C&C는 포스코강판의 종속기업이다. 연 7만t의 컬러강판을 생산한다. 포스코강판이 지난달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포스코C&C의 지난해 매출은 314억원, 당기순이익은 19억원이다. 전년도 3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포스코강판의 매출은 9073억원이다. 미얀마포스코C&C가 포스코강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모회사인 포스코 입장에서는 더욱 미미한 수준이다. 포스코와 포스코강판 입장에선 합작관계를 철회해도 당장의 금전적 손실은 극히 적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얀마는 포스코가 20년 동안 전략적으로 투자해 온 대표 국가 중 하나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공을 들였던 나라가 미얀마다. 향후 산업 인프라 개발로 철강제품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선도국가이기도 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미얀마 가스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미얀마 가스전

업계에선 포스코가 MEHL과의 합작관계 철회를 선뜻 선언하지 못했던 배경에는 진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0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실업 때부터 가스전 사업은 추진됐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미얀마에 진출한 곳이 대우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999년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무역 부문만 떼 설립된 회사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미얀마의 A-1과 A-3 광권을 따냈다. 2004년부터 3개의 가스전을 발견했다. 이어 2008년엔 A-1과 A-3 광구의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중국 국영석유회사에 2013년부터 30년간 판매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A1과 A3 광구에 대해 확보한 지분은 51%다. 나머지는 인도국영석유회사(ONGC)와 미얀마국영석유사(MOGE)가 각각 17%, 15%의 지분을, 인도국영가스회사(GAIL)와 한국가스공사(KOGAS)가 각각 8.5%씩 확보하고 있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미얀마국영석유사(MOGE)가 포함됐다는 점을 내세워 이 사업의 수익도 미얀마 군부와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 사업이 군부 정권과 연결되는 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미얀마 가스전은 지난 20년간 정권과 관계없이 추진해 온 사업”이라며 “수익은 계약에 따라 미얀마 정부와 가스전 컨소시엄사에만 분배된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미얀마 군부와 MOGE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얀마 군부가 사실상 정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KOTRA 해외무역관 관계자는 “미얀마 등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저개발국가의 국영기업은 사실상 군부 지시를 거스르기 어렵다”고 밝혔다. MEHL과의 합작 철회를 통해 군부에 밉보일 경우 가스전 사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연간 3000억~4000억의 영업이익을 내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알짜배기’ 사업이다. 더욱이 A1과 A3 광구의 경우 2013년부터 2043년까지 30년간 안정적인 장기공급이 가능한 사업이다.
미안먀 군부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는 미얀마 시민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안먀 군부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는 미얀마 시민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더욱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 3단계 사업을 계기로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으로부터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지원받아 미얀마 발전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프로젝트 참여도 예상된다. ODA를 통한 투자는 현지 정부와의 협상이 전제돼야 한다. 군부에 밉보일 경우 연간 수천억원, 많게는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 수 있는 알짜배기 사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2005년 당시 정부의 불합리한 지시로 미얀마포스코스틸 공장을 1년6개월 가량 닫아야만 했던 아픈 경험도 갖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얀마 등 개발도상국에선 현지 국영기업과의 합작이 필수적”이라며 “독재국가에 투자했다는 것을 군부에 투자했다는 것과 동일한 잣대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국영기업과의 모든 관계를 끊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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