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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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호스트의 말도 데이터화(化)하라’. GS샵 DT(디지털 전환) 전문가들이 구현 중인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예컨데 방송 진행자가 어떤 ‘멘트’를 했을 때 주문량이 올라가는 지를 데이터로 축적해 향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GS샵은 한 쇼핑 호스트의 발언 실수 하나로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일을 겪은 바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방송은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하는데에도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GS샵의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1000여 명 직원 중 약 20%가 IT(정보통신) 엔지니어일 정도다. 국내 유통업체를 통틀어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 쇼핑으로 진화 중
GS샵(2009년부터 사용)의 법인명은 GS홈쇼핑이다. 법적인 명칭과 사명이 다른 셈이다. TV에 국한됐던 유통 채널을 온라인 전반으로 확대 중인 홈쇼핑 업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GS샵의 신사업전략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영훈 부사장은 “20여 년 전 TV홈쇼핑은 유통업계의 벤처나 다름없었다”며 “최근 GS샵이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은 TV홈쇼핑이 처음 나왔을 때 만큼의 격변”이라고 설명했다.

GS샵이 겨냥하고 있는 최종 목적지는 ‘초(超)개인화’다. 박 부사장은 “각 개별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인공지능(AI)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대한 알아내고, 우리가 갖고 있는 상품과 콘텐츠의 속성을 세분화하면 수많은 교집합이 만들어진다”며 “추천 엔진을 어떻게 구현할 지 등을 계속 탐색 중”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주말에 교외로 여행을 자주하는 소비자를 위한 신발 추천’처럼 AI에 기반한 쇼핑 플랫폼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GS샵의 예상이다. 박 부사장은 “신발 하나도 약 120개에 달하는 속성값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GS샵이 초개인화 추천을 구현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핵심 전략 중 하나는 ‘데이터 동맹’이다. GS샵은 현대차, 신용카드사 등 5~6곳과 각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교환하고 있다. 현대차가 보유한 차량 소유주와 관련한 위치 기반 정보가 쇼핑 데이터와 결합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GS리테일과 합병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오프라인에 특화된 GS리테일의 쇼핑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롯데, 신세계보다 빠른다
전문가들이 GS샵의 ‘디지털 변신’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유통 대기업 중 가장 속도가 빨라서다. 박 부사장은 “T커머스까지 포함하면 홈쇼핑만 해도 12개사”라며 “TV 자체가 사양길인 데다 쿠팡, 마켓컬리 등 신흥 강자들이 무섭게 커가고 있어 변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GS샵의 디지털 전환은 2016년부터 본격화됐다. IT 인프라부터 싹 바꿨다. 그룹 계열 IT서비스 회사에 외주를 주던 관행을 끊었다. 대신에 자체 인력을 키웠다. 박 부사장은 “전체 직원의 20%가량이 IT 엔지니어”라며 “직원의 절반 이상을 실리콘밸리로 단기 연수를 보내 유연한 사고를 기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샵이 구축한 ‘데이터 거버넌스(지배구조)’는 국내 유통사 중 가장 빠르다. 롯데쇼핑만 해도 작년 하반기에 대표 직속으로 CDO(최고데이터책임자)를 처음 임명했다. 이마트 계열의 SSG닷컴 역시 데이터 총괄 임원을 작년에 영입했다.

GS샵에선 이미 ‘판매와 관련한 모든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하라’는 원칙이 확고히 자리잡았다. 박 부사장은 “과거엔 MD(상품관리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에 근거해서 판매할 상품을 골랐다”며 “2016년 이후로는 데이터 결과값에 근거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업무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GS샵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이 꼽힌다. 투자 규모만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박 부사장은 “첨단 IT 환경을 구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할 때 GS샵은 수십개에 달하는 스타트업 파트너와 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GS샵이 올해 GS리테일과 합병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에 1만5000여 개가 포진해 있는 편의점 GS25 등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신개념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사장은 “빠른 배송만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가져다주는 맞춤형 배송 시스템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박동휘/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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