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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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예상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순순히 물러날 기세는 아니다. 미 대선이 불복사태와 법적분쟁으로 이어지는 등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면 외환시장이 혼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0년 미 대선 당시 재검표 요구로 6주 동안 선거불복 사태가 일어나면서 당시 원·달러 환율은 80원가량 치솟기도 했다. 이 같은 혼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1130원 출발했다. 미국 대선이 대접전 양상을 보인 전날은 장중 환율이 1126원30전~1148원을 오가며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은 바이든 후보가 접전 지역에서 속속 승리를 거두는 등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외환시장도 안정을 찾아갔다. 그만큼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화됐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바이든 후보가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인 높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무분별한 관세 부과, 화웨이 수출금지 등 강도 높은 압박 카드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가치가 앞으로 오를 것이고 위안화 흐름과 같이 움직이는 원화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경상수지가 모처럼 10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도 이날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이날 9월 경상수지 흑자가 102억1000만달러(약 11조64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9월(112억4000만달러) 이후 24개월 만에 처음 100억달러를 웃돈 것이다. 올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한은 전망치(540억달러)를 넘어서고 6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면 국내에 달러 공급이 늘고, 그만큼 원화가치를 밀어올리는 효과로 작용한다.

하지만 앞으로 환율 흐름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개표 중단, 재검표 등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 대선 불복사태가 현실화할 조짐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미 대선 재검표 여부를 놓고 35일(2000년 11월 8일~2000년 12월 12일) 동안 공방을 벌일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0년 12월 4일에 1217원10전까지 올랐다. 대선일(2000년 11월 8일) 대비 82원80전(6.8%) 급등했다.

당시 부시와 엘 고어는 대선 전날 각각 246명과 25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초접전을 벌였다. 선거인단 25명의 표가 걸린 플로리다주에서 부시가 승리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당시 대선 승패를 가를 플로리다주의 표 차이는 537표에 불과했다.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 작업을 이어가면서 논란이 35일 동안 지속되자 미국 연방대법원은 재검표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엘 고어 후보는 당시 "화합해야 한다"며 결과에 승복하며 재검표 사태는 막이 내렸다. 하지만 트럼프는 엘 고어처럼 승복할 가능성이 적고 그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은 길고 금융시장에 드리운 먹구름도 짙어질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