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김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산 김치 소비가 줄면서 국내 식당에서도 국산 김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일부 김치업체는 생산성을 끌어올려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대기업의 코칭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 공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면서다.

'100% 수작업' 김치 공장도 스마트化…"작업 빨라져 생산성 3배↑"
풍미식품, 농가식품, 고향식품 등 김치 제조업체는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등과 손잡고 올초부터 ‘양념 소 넣기’라는 자동화 설비를 개발, 설치했다. 김치 제조 공정은 배추 투입, 절임, 세척, 탈수, 양념혼합, 숙성, 포장 등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가장 노동력이 많이 드는 양념혼합 작업을 자동화했다. ‘손맛’의 중요성 때문에 100% 수작업에 의존하던 김치업계에 부분 자동화가 이뤄진 건 김치 상용화 30여 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치 공정에 스마트 기술이 도입되면서 생산성이 2~3배 올라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김치공장의 스마트화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의 업종별 특화 스마트공장 사업의 첫 결실이다.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겠다고 신청하면 총사업비의 50% 안에서 1억~1억5000만원을 중기부로부터 지원받는 제도다. 같은 업종의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초기 투자 비용이 절감되고 생산성 개선 효과가 업종 전체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석이조’라는 분석이다.

도자기타일업계도 스마트공장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수작업으로 하는 도자기타일 디자인 작업을 정보기술(IT)을 통해 자동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대량생산의 길을 열어 수출길도 뚫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영세한 개별 업체에 자동화 설비는 ‘그림의 떡’이었다”며 “업계가 공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개별 업체들은 적은 비용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하수도 송유관 등에서 많은 액체류를 이동시킬 때 쓰는 펌프업계에서도 대형 시험장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스마트화를 진행하고 있다. 시험장비는 제품 개발이나 품질 개선에 필수 설비다. 여기에 쌓인 데이터를 수집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제품 품질 개선과 연구개발(R&D)에 활용해 업계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중소 제약업계로 구성된 한국제약협동조합은 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원료 불순물 제거 시스템을 업계가 공동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