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 크라운호가 선적을 위해 독일 브레머하펜항에 기항 중인 모습. /현대글로비스 제공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 크라운호가 선적을 위해 독일 브레머하펜항에 기항 중인 모습. /현대글로비스 제공
지난해 2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해운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테슬라의 첫 번째 대중 차량인 모델3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사진이었는데, 차량운반선에 찍힌 현대글로비스 영문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올린 사진으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 물량만 담당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며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운송사로 떠올랐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과 5년 계약

현대글로비스 '5000억 대박'…폭스바겐 독점 운송한다
현대글로비스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이 유럽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운송하는 계약을 따냈다고 2일 발표했다. 계약은 기본 3년으로 2년 연장할 수도 있다. 총 계약금액은 5182억원(5년 계약 기준)이다.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로부터 따낸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부터 폭스바겐그룹이 유럽에서 생산한 승용차를 매월 10회 중국 상하이 등으로 운송한다. 구체적인 물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계약으로 그동안 취약점으로 꼽혔던 유럽~동아시아 노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연결되는 핵심 항로의 물동량을 모두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며 “빈 배로 움직이는 구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의 유효기간이 최대 5년인 것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자동차 운송 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그룹이 현대글로비스의 경쟁력을 그만큼 높이 평가했다”고 해석했다.

非현대차 물량이 53%

현대글로비스 '5000억 대박'…폭스바겐 독점 운송한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글로비스의 현대차그룹 외 물량 비중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가 2010년 완성차 운송 시장에 뛰어들었을 당시에는 운송 매출의 88%가 현대·기아자동차에서 나왔다. 이 비중은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에는 47%로 떨어지며 처음으로 비(非)현대차그룹 물량이 내부 물량을 역전했다. 자동차 해상운송 매출도 2조원을 돌파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세계 3대 완성차 운송회사로 뛰어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완성차 운송 시장은 일본 업체(NYK, MOL, 케이라인 등)와 유럽 업체(유코카캐리어스, WWO, 호그오토라이너 등)가 양분해왔다.

현대글로비스가 시장 영역이 공고한 글로벌 자동차 운송 시장에서 독자 영역을 확보한 것은 후발 주자라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형 선박을 공격적으로 확보해 다른 선사보다 더 많은 차량을 실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다른 선사들은 6000여 대의 차량을 싣는 선박을 운영했지만, 현대글로비스는 7000대 이상 실을 수 있는 선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2018년 김정훈 사장(사진)이 취임한 이후 해외 지점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친 점도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은 평소 비계열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폭스바겐그룹 외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 물량도 추가로 따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