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연합뉴스
“금융이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사로 나설 때입니다.”(티머시 애덤스 국제금융협회 총재)

26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글로벌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할 ‘구원투수’로 금융을 지목했다.

티머시 애덤스 총재는 “코로나19로 항공·호텔·여행 등 일부 산업이 영구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산업과 사회공동체를 유지시키기 위한 금융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 규제가 너무 복잡해졌고, 언젠가는 늘어난 부채를 갚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건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국제 공조를 통해 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일시적으로 금융 배당을 제한한 유럽 사례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부문은 재정 지출과 기업·가계 대출 증가로 늘어난 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경제 회복을 견인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앤 크루거 미 스탠퍼드대 석좌교수(전 IMF 수석부총재)는 “금융회사들이 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고, 경제 주체들이 저축을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유행병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루거 전 부총재는 “만약 방역이 잘돼 내년 1월께 백신이 나오더라도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리스크 관리 대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테일러 무디스 최고신용평가책임자(CCO)는 “코로나19로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고, 민간·공공 부문의 채무 상환이 지연되면 금융산업도 힘겨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악성 채무가 늘고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테일러 CCO는 이번 위기가 금융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핀테크와 인공지능 등 신무기를 가지고 있는 금융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곤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코로나19 관련 설문조사에서 비대면 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24%가 ‘이제 은행 지점에 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금융사들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뽑는 등 경영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황정환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