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가 1분기에 적자전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3월 특수를 누렸는데도 실적은 악화됐다. 여행 등 '돈'이 되는 상품의 수요는 줄어든 반면 온라인 고객 쟁탈전이 벌어지며 마케팅 비용 지출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7일 11번가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1425억원)보다 9% 감소한 1293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영업손실은 48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11번가는 지난해 1분기 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었다.

e커머스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1분기에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11번가도 1분기 전체 거래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9% 늘었다. 식품과 생필품 부문은 거래규모가 같은 기간 3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커진 '덩치'가 수익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이어지며 여행 패키지와 패션 의류, 레저 부문의 거래가 줄었다. 가격이 비싸고 마진율이 높은 상품들이다. 많이 팔린 생필품은 상대적으로 싸고 팔아도 남는게 적다.

'집콕족'이 늘어나며 e커머스 업체들 사이에서 소비자 확보 경쟁이 벌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11번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상당한 마케팅및 행사 비용을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코로나19로 어려움 겪는 농가들의 농수산물을 특가에 판매하는 행사도 다수 진행했다.

11번가는 다만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을 바꾸며 회계상 매출이 줄어든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할인쿠폰을 제공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SK페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바꾸었는데, 적립해준 포인트만큼 회계상 매출에서 차감됐다는 설명이다.

11번가의 올해 목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간 영업이익 흑자 달성이다. 당일배송 등 배송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다른 사업자들과 제휴해 2분기 이후 외형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11번가만의 차별점을 앞세워 외형 성장과 안정적인 재무실적을 동시에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