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코로나19 확산 둔화해야 변곡점"
'팬데믹 선언'에 국내외 금융시장 충격…'투자 빙하기' 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국내에서도 주식·원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진정되기까지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12일 오전 11시 51분 현재 코스피는 1,828.96으로 전날보다 4.16% 급락했다.

코스피는 1.06% 하락으로 출발했다가 오전 10시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낙폭이 급격히 커져 1,800선을 위협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유럽에서 미국 입국 30일간 중단 등 부정적인 부분이 더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장은 그에게 대규모 부양정책 등 적극적 대응을 기대했으나, 연설 내용에 실망하면서 코스피 조정 폭이 커졌고 미국 증시 시간 외 선물도 1.5% 안팎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극도로 커지면서 같은 시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0.2원으로 전날보다 7.2원 올랐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면서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5.21% 폭락했고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62%, 3.80% 급락했다.

앞서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5.86%),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4.89%), 나스닥지수(-4.70%)가 모두 급락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52주 최고가 대비 20.3% 하락, 추세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bear market)에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진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하자 공포심리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CNN 방송이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가 최저치 0에 접근했고 미국 씨티그룹이 제공하는 '거시위험지표'(Macro Risk Index)도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5년 유럽 재정위기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는 시장의 공포심리가 극단에 달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월 말 이후 공포심리가 두 달 가까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면서 투자심리가 취약해졌다"며 "그 결과 시장이 각국 정책 등 호재는 무시하고 작은 불확실성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추세 자체가 변곡점을 맞이하기 전에는 시장이 당분간 현재처럼 취약한 상태에서 큰 변동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뒤 중국은 약 20일이 지나, 한국은 약 12일 이후부터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이는 유럽·미국도 확진자 증가세가 본격화되고 대략 16~20일께부터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문제는 미국이 이제 막 확진자 급증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한국 사례를 따라갈 경우 내달 초까지가 최대 고비이고 이후 차츰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전 세계 코로나19 사태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이는 내달 첫 주 무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