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계 눈치를 보며 개혁을 머뭇거리고 있지만 노동계는 되레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놓고는 자회사 방식이 아니라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서는 총파업을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해고·실업자의 노조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비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노동계 눈치보는 사이…'직고용·ILO협약' 압박하는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11월 9일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 개최와 11월 말~12월 초 노동기본권 쟁취, 노동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총파업을 결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1500여 명 전원을 한국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도로공사 자회사 편입을 거부해 해고당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을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도로공사는 대법 판결 취지에 따라 소송에 참여한 일부 근로자만 직접고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수납 업무는 지난 7월 이미 자회사(한국도로공사서비스)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또 도로공사는 이들이 복직하더라도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고속도로 환경 정비 등 다른 업무를 맡아야 하고 수납 업무를 계속하길 원한다면 자회사로 편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금수납원 노조(민주노총 소속)는 도로공사가 대법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근로자까지 모두 직접고용하라고 주장했다.

도로공사에 이어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KTX 승무원과 SRT 승무원들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이달 중순 철도 사상 첫 공동파업을 벌였다. 이어 매표 업무를 맡고 있는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도 지난 26일 파업에 들어갔다. 정규직 전환 정책을 둘러싼 파업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해선 총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갑작스러운 주52시간 제도 시행에 따른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조치다. 올 2월 사회적합의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합의하기도 했다.

ILO 핵심협약에 대해서는 ‘무조건 비준’을 주장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근로자의 단결권을 강화하는 만큼 직장 점거파업 금지, 대체근로제 허용 등의 사용자 대항권도 보장해달라는 경영계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태훈/백승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