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법, 화관법, 산안법….’

산업 안전 및 유해 물질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생겨난 법들이다. 기업은 이들 법안 하나하나가 수많은 규제조항을 담고 있는 데다 중복된 내용도 많아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화학물질 승인 부처마다 '제각각'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개정됐다. 지난해 3월 개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내 사업장에서 연간 1t 이상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화학 물질은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중소·영세기업들은 “화학물질 등록에 필요한 전담 인력과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2015년 1월부터 시행 중인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도 기업들에 큰 짐이다. 국내에서 제조했거나 수입한 모든 화학제품의 성분과 함유량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화학물질을 많이 쓰는 석유화학 및 반도체업계는 “제품에 사용할 물질은 기업의 최고 기밀”이라며 “수입하는 화학제품의 전 성분을 확보해 정부에 제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화관법은 내년부터 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공장도 추가로 ‘저압가스 배관검사’를 받는 등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소급적용 규정을 두고 있다. 자칫 상당수 반도체, 디스플레이공장이 검사를 위해 라인을 세워야 할 판이다.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은 화학물질 제조·수입업체가 정부에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들어 있는 영업비밀을 비공개로 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기업들은 비슷한 정보를 담은 화학물질안전 정보를 환경부에도 보고하고 있다. 역시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하려면 환경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화관법과 화평법, 산안법 등의 규제가 이중삼중으로 겹친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만 승인을 내주면 될 일을 부처마다 별도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법에 따라 제출 항목과 신고해야 하는 물질 범위가 조금씩 달라 기업들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