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캐터필러의 글로벌기업 '반전'…전략이 기업의 운명을 바꾼다

캐터필러는 1925년에 창립해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미국의 중장비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1982년에 최초로 손실이 발생했다는 발표를 했다. 이후 수년간 지속적 손실이 발생했고 누적 손실액이 10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손실의 발생 원인으로 1980년대 미국 달러화 가치의 과대평가로 인한 장비 수출의 어려움이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더 강력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일본 건설장비 업체 고마쓰의 도전이었다. 고마쓰는 신속하게 캐터필러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그 바탕에는 달러 과대평가로 인한 가격 경쟁력도 있었지만, 캐터필러와는 다른 글로벌 전략이 더욱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캐터필러가 모든 것을 본사에서 결정하는 중앙집권적 전략인 것에 비해, 고마쓰는 판매와 서비스 등 대부분을 현지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다급해진 캐터필러의 최고경영진은 고마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들을 쏟아냈지만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1988년에 들어서야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조지 셰퍼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그는 캐터필러 내부의 견고한 관료주의가 수많은 실패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당시만 해도 일리노이주 페로리아에 있는 본사로 의사결정권이 집중돼 있었다. 반면에 전략 실행에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현장 판매직 직원들이 갖고 있었다.

각 국가의 판매 가격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은 본사 가격책정 담당 부서가 갖고 있었다. 이들은 개별적인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단지 투입비용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그러다 보니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현지 상황에 적합한 전략을 실행하는 고마쓰에 밀린 것이다. 당시 캐터필러의 한 임원은 “본사가 정보를 전해 듣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 내려온 결정도 전혀 좋지 않았다. 그야말로 본사의 기능적 면만을 반영한 결정이었다”고 얘기했다.

조지 셰퍼는 변화의 방향을 조직 하부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잡았다. 1차적으로 운영의 책임과 의사결정의 권한을 현장으로 위임했다. 그리고 최고경영진은 좀 더 광범위한 전략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업부서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수익에 대한 책임경영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각 사업부서가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조공정 개발 및 일정 관리를 담당했다. 엔지니어링, 가격 책정, 제조 등 각 분야를 맡고 있던 본사의 인력 및 전문가들은 각 사업부서로 발령났다. 이 같은 조치 이후 빠른 속도로 의사결정이 분산되고 최신 정보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캐터필러는 고마쓰를 따돌리고 업계 1위를 유지하며 450억달러 규모의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기업들은 전략을 설정하고 목표를 결정해서 이를 평가하기 위한 KPI까지 수립했다. 그리고 제대로 됐는지 KPI 맵을 통해 체계적으로 검증까지 마쳤다. 그야말로 실행에만 집중하면 된다. 올해 4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몇 개월 열심히 했는데 과연 애초에 기대하는 바대로 가는지 점검하고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지 그 요인들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전략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애써 세운 전략이 계획대로 작동해야 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고 제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문화, 조직 구조, 시스템 및 프로세스, 인적 자원 등 다양한 경영요소들이 과연 전략과 잘 연계되고 원활히 수행되게끔 구조화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면 이를 어떻게 개선하거나 변경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전략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맞게 각 경영요소들이 제대로 구성되고 연계돼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강성호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