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다이어트 제철은 봄…살 빼기 나선 직장인들
봄이 되면서 직장인들의 옷이 점점 얇아지고 있다. 두꺼운 패딩보다 얇은 코트 및 점퍼, 재킷 등을 입고 출근하는 날이 많다. 옷차림이 가벼워질수록 마음은 조급해진다. 더 이상 두꺼운 외투가 뱃살을 가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맞이 다이어트에 들어갔다가 ‘작심삼일’에 그친 김과장 이대리도 다시 맘을 가다듬는다. 본격적인 봄을 앞두고 ‘뱃살과의 전쟁’을 시작한 직장인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꽉 조이는 봄옷

유통기업에 다니는 김 과장(35)은 최근 옷장에 있던 트렌치코트를 꺼내 입어봤다가 깜짝 놀랐다. 작년 봄엔 넉넉하게 입었던 옷이 몸에 꽉 끼었기 때문이다. 따로 근육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팔을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로 어깨가 조였다. 그는 당장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덜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평소 30분 정도 하던 조깅을 매일 1시간 이상 하고 있다. 김 과장은 “2주일간 군것질도 하지 않고 꼬박 운동을 했는데 살 빠지는 속도가 예전만 못하다”며 “이런 걸 두고 나잇살이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올초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가 2주 만에 포기한 이 대리(34)도 다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번엔 퍼스널 트레이너(PT)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회비가 시간당 4만원이 넘는 고가의 프로그램이지만 트레이너가 식단까지 꼼꼼히 관리해주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회원 20명으로 구성된 단체 카톡방에 매 끼니를 사진으로 올려 인증해야 한다. 이 대리는 “올초엔 혼자 다이어트를 하다가 의지가 약해져 실패했다”며 “이번엔 적어도 장기전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강 때문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례도 있다. 수년간 해외 파견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온 또 다른 이 대리(34) 얘기다. 그는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간수치와 혈압, 혈당 등 모두 위험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타지에서 홀로 지내면서 불규칙한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해외 파견으로 돈을 많이 벌어 좋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돈과 건강을 바꾼 것 같다”며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식욕억제제부터 마라톤까지

다음달 결혼식을 앞둔 은행원 박 대리(29)는 입사 전 몸무게로 돌아가겠다며 혹독한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박 대리가 택한 다이어트 방법은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이다. 저녁은 닭가슴살과 샐러드로 해결하고 아침은 아몬드 5개와 두유만 먹는다. 점심은 평소처럼 먹되 식사량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여기에 뇌하수체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 입맛을 떨어뜨리는 식욕억제제도 복용한다. 매일 1시간 이상 걷기도 한다. 박 대리는 “식탐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았는데 정말 입맛이 없다”며 “우울증 같은 부작용 위험도 있어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약을 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회사에 다니는 전 과장(33)은 요즘 ‘반식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종전보다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다이어트법이다. 식사 패턴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매일 점식 식사 후 캐러멜마키아토를 먹는 습관이 있다면 다이어트 후에도 캐러멜마키아토를 먹되 딱 절반만 먹는 것이다. 군것질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이렇게 하면 위장 크기가 줄어 나중에는 많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한 달 뒤엔 다시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며 “식탐을 억제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이 다이어트법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박 주임(34)은 2년째 ‘마라톤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올해는 총 4개 마라톤 대회의 하프 코스(21.0975㎞)에 출전할 계획이다. 여자로선 달성하기 힘들다는 서브2(하프 코스를 2시간 안에 뛰는 것)라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1주일에 2~3회는 1시간에 5~6㎞를 뛰고 있다. 주말엔 스포츠용품업체가 주최하는 ‘러닝 강좌’에서 자세 교정도 받는다. 박 주임은 “대회 출전만으로는 수분만 빠질 뿐 다이어트 효과가 없다”며 “높은 강도로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다이어터’ 혹은 ‘이빨 다이어터’

경기도에 있는 한 제약회사에 다니는 최 과장은 ‘프로 다이어터’(다이어트를 잘하는 사람)다. 웨이트트레이닝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그는 체중 조절에 능숙하다. 최근에도 대회를 앞두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1주일에 4회 이상 땀이 뻘뻘 날 만큼 운동하고 하루 총 섭취 열량을 1000㎉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한다. 최 과장은 “대회가 없을 때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기 때문에 살이 찐다”며 “마음대로 체중 조절을 할 수 있어 좋겠다며 동료들이 부러워하지만 살을 뺄 땐 정말 혹독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입으로만 다이어트하는 ‘이빨 다이어터’도 있다. 이들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식품회사에 다니는 채 대리(29)는 요즘 말로만 다이어트 중인 과장 때문에 스트레스다. 점심 메뉴를 골라 놓으면 과장이 “다이어트한다”며 번번이 퇴짜를 놓기 때문이다. 채 대리는 “그러면서 주말마다 인스타그램에 맛집 인증샷을 올리는데 도통 이해할 수 없다”며 “회식이 있는 날에는 ‘다이어트 망했다’고 투덜대는데 그것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