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아마존 텐센트 등 기업을 필두로 디지털 경제가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디지털 산업은 개방이 핵심…韓 기업 폐쇄성 탓에 뒤처져"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게리 제레피 미국 듀크대 사회학과 교수(사진)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디지털 경제 전환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레피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란 개념을 처음 고안했으며 그가 속한 ‘듀크 글로벌 밸류체인 센터’는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노동기구(ILO) 등을 상대로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넷 기업이 빠르게 확대되고 사물인터넷(IoT), 핀테크(금융기술) 등 디지털기술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미국은 디지털 경제가 2006년부터 10년간 연평균 5.6% 성장해 전체 성장률 1.5%를 크게 웃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디지털 경제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제레피 교수는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등 외에 성과를 내는기업이 보이지 않고 투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듀크대 분석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경제 벤처캐피털(VC) 투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다. 미국(53%)은 물론 중국(7%)에도 한참 못 미친다.

제레피 교수는 문제의 원인으로 한국 기업의 폐쇄성을 꼽았다. 그는 “디지털산업은 융합기술이 많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어서 개방형 혁신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다른 기업과의 협업, 투자, 인수합병(M&A) 등이 모두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IBM은 지난 15년 동안 165건의 M&A를 했는데 삼성전자 등 한국 주요 기업은 M&A 시도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외국 다국적 기업과 협업하면 뭔가 손해 볼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 같다”며 “해외 강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부터 늘려나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제레피 교수는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 의존도가 높은 점도 혁신을 막는다”며 “수평적인 기술 협업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