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後 - 중장기 전략 세운 삼성맨

사업지원TF 이끈 정현호 사장
'SW 1만 인재 양성' 아이디어
AI 등 4대 미래성장 사업 선정

노희찬 삼성전자 CFO
혁신 생태계 조성에 방점
中企와 상생 등 선제적 투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총괄 김기남
핵심투자 '국내로 제한' 원칙 세워
김현석, 인재 유치·R&D 총괄
윤부근, 협력사 지원 전방위 확대
‘3년간 180조원 투자’ ‘취업준비생 1만 명 무료 소프트웨어 교육’ ‘삼성전자(54,700 +2.63%)서비스 직원 8000명 직접 고용’ ‘순환출자 고리 해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뇌물죄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삼성그룹이 잇따라 발표한 주요 경영 계획이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시절의 경영전략이나 스타일과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사장단 인사에서 새로 선임된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이 ‘JY(이재용)식 경영철학’을 실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개월 고민 끝에 나온 '180조 투자'… JY 경영전략 누가 만들었나

밑그림 그린 정현호

삼성그룹은 지난 8일 2020년까지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신규 고용하는 내용의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5년간 1만 명의 취업준비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주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는 혁신적인 내용도 담았다. 이 같은 중장기 경영 전략의 밑그림은 지난해 말 신설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고 있는 정현호 사장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를 대상으로 투자와 고용 계획 등을 취합하면서 △삼성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하고 △기존 사업 중 이미 성과를 내고 있으며 △반드시 실행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미래성장사업을 선정하는 실무작업도 정 사장이 맡았다.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바이오, 전장부품 사업과 향후 정보기술(IT)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AI와 5G 통신 등을 적절하게 섞었다는 평가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1만 명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젝트’도 정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디딤돌로 나선 노희찬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사장)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그는 단기 사업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중소기업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업을 협력사뿐 아니라 삼성과 거래가 없는 중소기업으로도 확대한다는 방안을 마련한 인물이 노 사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 전략도 세웠다. 삼성이 발표한 180조원 투자 계획 중 90%(162조원)가 삼성전자 몫이다. 노 사장은 지난주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중장기 투자·고용계획이 정치 논리가 아니라 자체 필요와 수요에 따라 나온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사외이사들에게 설명해 설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초격차 반도체 전략 이끈 김기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 전략은 김기남 반도체·부품(DS)부문 대표(사장)가 주도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핵심 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는 가급적 국내에서 하겠다는 원칙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시안(메모리반도체 공장)과 쑤저우(LCD 공장) 등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건설하던 투자 전략을 과감하게 바꿨다. 향후 3년간 연평균 30조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구상도 김 사장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으로 승진한 김현석 사장은 미래 성장산업 분야의 인재를 유치하고 선행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전자의 대외협력(CR)부문 담당으로 옮긴 윤부근 부회장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의 파트너 역할을 맡아 정부와 삼성 간 협력 및 소통을 조율하고 있다. 그는 상생협력 범위를 삼성그룹 밖으로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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