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독일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이 ‘수소전기자동차(FCEV) 동맹’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분야에서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손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그룹은 수소차 관련 특허 및 주요 부품을 공유해 글로벌 수소차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양산에 들어간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양산에 들어간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차 제공
◆“수소차 생태계 조성 전환점”

현대차그룹은 아우디폭스바겐그룹과 수소차 관련 기술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 및 아우디폭스바겐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에 적용된다.

두 그룹은 수소차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기술 경쟁력을 공동 확보하는 데 합의했다. 수소차 공급 확산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특허와 연료전지 등 주요 부품을 공유할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환경 문제와 에너지 수급, 자원 고갈 등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이번 기술 제휴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혁신적인 수소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동맹은 현대차와 아우디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첫 수소차인 투싼ix를 양산하고 올해 차세대 수소차 넥쏘를 내놓으며 기술 주도권을 쥐었지만, 시장 확대 및 수익성 확보에는 애를 먹고 있다. 그룹 산하에 1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한 아우디폭스바겐은 연간 10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며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수소차 개발엔 늦게 뛰어든 편이다. 두 회사가 기술을 공유하고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수소차 시장을 키우고 이를 선점하자는 ‘윈윈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우디와의 동맹은 수소차 관련 원천 기술 확보 및 초기 시장 선점, 저변 확대, 가격 경쟁력 확보, 투자 효율성 제고 등의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 표준화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아우디폭스바겐 '수소車 동맹'
◆글로벌 합종연횡 가속화

현대차가 아우디와 손잡으면서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미 도요타 BMW 등 28개 회사로 이뤄진 글로벌 수소위원회의 회장사로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세계 첫 수소차를 양산한 기술력을 앞세워 다른 완성차 업체 및 에너지 회사 등과 함께 글로벌 ‘수소 사회’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수소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에 이어 2015년 세계 두 번째 양산 수소차인 ‘미라이’를 출시한 도요타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차세대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혼다도 2016년 양산 모델인 ‘클래러티’를 선보이며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동안 손을 놓고 있던 메르세데스벤츠와 제너럴모터스(GM), BMW 등도 글로벌 합종연횡을 통해 수소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막대한 개발 비용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적과의 동침’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는 BMW와 손잡았다.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혼다는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소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시스템을 공동 생산할 계획이다. 르노·닛산과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도 지난해부터 ‘수소차 굴기’를 선언하고 파상 공세에 나섰다. 정부가 앞장서 글로벌 수소차 행사를 주도하고, 수소차 보급과 충전소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차와 충전소를 각각 100만 대, 1000기 이상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