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역외탈세에 대해 ‘원포인트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는 법 개정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국세청이 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수출기업의 세무조사 부담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역외탈세 혐의만 떼내 '원포인트 세무조사' 허용해달라는데…
국세청은 최근 기재부에 국세기본법상 부분조사를 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역외탈세 조사를 추가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부분조사는 납세자의 신고·납부 의무가 있는 세목을 일괄적으로 살펴보는 국세기본법상 통합조사 원칙의 예외 사안이다. △경정 등의 청구에 대한 처리 △국세환급금의 결정을 위한 확인 △재조사 결정에 따른 사실관계 확인 △구체적인 탈세 정보가 있는 납세자 혐의 확인 등 법에 적시된 사유에 한해 특정 사업장이나 항목, 거래에 한정된 조사가 가능하다.

부분조사를 진행한 뒤 이외의 사안을 통합조사하면 법으로 금지되는 중복조사로 간주되지 않는다. 부분조사 후 통합조사는 2015년 대법원에서 “중복조사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기재부가 지난해 12월 중복조사의 예외 사안으로 보도록 국세기본법을 개정했다.

국세청은 현행법으로는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기업을 부분조사하는 대신 통합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일단 부분조사를 벌인 뒤 필요시 통합조사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역외탈세 기업을 적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외탈세에 대한 부분조사는 ‘국세행정 태스크포스(TF)’ 권고와는 별개로 국세청이 도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행정 TF는 과세인프라 확충과 탈세 대응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월 국세청 관계자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출범했다.

기재부는 역외탈세에 부분조사를 도입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수기업에 비해 국제 거래가 많은 수출기업에 과도한 세무조사 부담을 안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역외탈세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적 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기재부는 역외탈세 대응과 관련한 세법 개정안을 오는 9월까지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