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비정규직 1만 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지난해 5월12일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정일영 사장이 한 약속이다. 정 사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행사장 곳곳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과 함께 1호 사업장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지정했다.

'비정규직 제로' 약속 1년… 인천공항, 갈등만 커졌다
그로부터 1년, 인천공항공사는 어떻게 됐을까. 13일 고용노동부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정규직 전환율은 11%에 그치고 있다. 정 사장이 약속한 전체 전환 대상자 9785명 중 1143명만이 정규직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이 지목한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임을 고려하면 민망한 성적표다.

정규직 전환 작업이 더딘 이유는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일괄 정규직 전환의 첫 번째 장벽은 기존 정규직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했는데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 신분을 준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공사는 임시 자회사를 세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식으로 타협했다.

이번엔 비정규직이 반발했다. 처우가 나아진 게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비정규직노조는 기존 근무경력 호봉 인정은 물론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정규직 전환에 따라 공사 내 제1노조가 바뀌는 문제를 놓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 기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천공항은 한국형 비정규직 해결의 불안한 실험장”이라며 “임금·처우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 기존 정규직과의 노노 갈등, 두 노총 간 힘겨루기 등은 결코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백승현 기자/인천=강준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