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간 서울시금고를 독점 관리해온 우리은행의 아성을 깨고 신한은행이 관리 은행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금융권에선 ‘파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가 우리은행이 독점적으로 맡아온 시금고를 내년부터 복수 금고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전체 예산의 90%가 넘는 관리자금을 운영하는 1금고는 우리은행이 또다시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최근 전산오류 사고를 일으키고 신한은행이 경쟁 은행에 비해 3배 가까운 출연금을 제시한 것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올해 기준 일반회계 예산은 22조4664억원이며 특별회계 예산은 9조3476억원이다. 기금은 2조529억원이다. 이 중 일반·특별회계예산 관리는 1금고로 선정된 신한은행이, 기금 관리는 2금고로 선정된 우리은행이 내년부터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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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수납시스템을 워낙 철저하게 준비한 데다 시에 출연금도 우리은행에 비해 훨씬 많이 내기로 약정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서울시가 금고 은행을 선정하는 기준에서 배점이 가장 큰 항목은 수납시스템의 안정성 및 출연금이다. 1금고 운영을 신청한 신한은행이 3000억원의 출연금을 서울시에 약속한 반면 우리은행은 1000억원대를 제안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03년 동안 시금고를 운영해온 우리은행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이 2금고에 신청하면서 1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출연금보다 100억원 많은 1100억원을 제시했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서울시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준비해온 노력과 전국 20여 개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운영한 경험이 이번 1금고 선정의 토대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서울시는 이번에 처음으로 복수 금고로 분리해 선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금고는 1915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조선경성은행이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우리은행이 지금까지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 기준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금고를 한 은행이 독점한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은 서울시에 복수 금고의 필요성을 강력히 요청해왔다. 시중은행들이 서울시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연 32조원에 달하는 자금 관리를 통한 출납 업무로 수수료 등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영업해 고객 확보 효과도 부수적으로 누릴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부터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차기 시금고 선정 태스크포스(TF)’ 및 행안부와의 협의를 거쳐 복수 금고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은행이 시스템 오류로 지난 3월 70만 명의 시민에게 잘못된 세금 신고서를 보낸 전산사고를 일으킨 것도 서울시가 시금고를 교체한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민/안상미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