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해 관세포탈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수시로 해외에서 명품을 구입한 뒤 대한항공 승무원 등을 통해 관세를 내지 않고 들여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7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관련 부처는 이른바 ‘승무원 명품 배달’ 사건 조사에 들어갔다. 당국은 이들이 관세법을 어긴 게 확인되면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한항공 익명게시판에는 “총수 일가 여성들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어치의 쇼핑을 즐기는데 반입 과정에서 관세를 내는 일이 드물다”는 글이 올라왔다. 대한항공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다양한 쇼핑을 즐긴 뒤 해당 지역 대한항공 지점에 쇼핑한 물건을 ‘던지고’ 이후 쇼핑 품목은 관세 부과 없이 서울 평창동 자택까지 안전하게 배달된다”며 “(종류도) 명품 가방부터 가구, 식재료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썼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승무원들이 명품 배달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관세포탈죄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여행자들은 출국할 때 산 면세 물품과 외국에서 산 물품의 합산 가격이 미화 600달러를 초과하면 세관에 내역을 신고하고 관세를 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관세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몰래 들여온 물품의 가격이 비쌀수록 가중처벌을 받는데 원가가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5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과세당국은 한진 총수 일가가 관세를 신고하지 않은 물품의 총액이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