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은 12일 밤 늦은 시간이었다. GM 본사 관계자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전화를 걸어 “내일 오전 공장 폐쇄를 발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산업부 실무진 보고를 받은 백운규 장관은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관은 이날 오전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최근 GM과의 접촉 사실을 공개하며 “GM이 중장기적인 경영개선 계획과 투자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정부가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이 나가고 나서 반나절 만에 GM이 ‘강공’으로 나오자 정부 한 관계자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나쁜 X들 …”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부는 13일 오전 관련 부처 차관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이인호 산업부 차관,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회의 내내 GM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며 “GM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경제를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회의를 마치고 “GM 측의 일방적인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경영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GM 측과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한국GM 실사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정부가 어떤 방식의 지원을 할지도 실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GM도 산은이 실사를 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GM의 요청이 있은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정부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방한해 백 장관과 고형권 1차관을 만난 것은 지난달 초인데 이후 어떤 부처도 총대를 메고 이 문제를 풀려고 적극 나서지 않은 채 시간만 허비했다는 것이다.

정부 내 일부에선 청와대가 지난달 초 GM의 요청사실을 보고받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민감한 이슈로 부각될 것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태훈/박신영/김일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