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만달러 시대… 주력산업 재편 시급"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3%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5년 뒤인 2023년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선진국들이 3만달러에서 4만달러 시대로 가는 데 걸린 기간(평균 4.9년)과 비슷한 속도다. 성장률이 2%로 낮아지면 시기는 2027년으로 4년 늦춰진다. 올해 3만달러 돌파가 예상되는 한국이 ‘3만달러 함정’에 갇히지 않으려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혁파하고 주력 산업 재편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31일 현대경제연구원, 민간 싱크탱크인 FROM100과 함께 ‘4만달러 도약을 위한 조건’을 분석하고 경제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2만9561달러에 이어 올해 3만20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5000만 명(50M) 이상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30K)를 넘은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6개국뿐이다. 한국은 2018년 일곱 번째로 ‘30-50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명목성장률 3.4%)이면 2027년, 3%(명목성장률 4.9%)면 2023년에 4만달러를 넘을 것이란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한국이 4만달러까지 내달으면 미국 독일 영국 세 나라만 가입한 ‘40-50클럽’(국민소득 4만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도 속하게 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가는 과정에서 미국은 금융규제 완화, 영국은 고부가 서비스업, 독일은 중소기업 경쟁력과 구조개혁이 큰 역할을 했다”며 “한국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국가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에서 4만달러 시대로 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국내외 경제 위기가 발생하거나 북핵 위협 같은 대형 악재가 터지면 4만달러는커녕 다시 2만달러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그렇다. 미국 스웨덴 호주 등은 4만달러를 넘어 5만달러 국가로 도약했다. 네덜란드 독일 캐나다 영국 등도 4만달러대에 안착했다. 반면 프랑스와 일본은 한 때 4만달러를 넘었다가 다시 3만달러대로 고꾸라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인당 GNI 4만달러 도약을 위한 핵심 요건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 성장과 분배의 균형, 일자리 활력, 재정건전성 유지, 생산성 향상, 출산율 증가를 제시했다.

한국경제신문 설문에 응한 102명 중 63.7%도 4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을 들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묻는 질문엔 전문가의 71.6%가 ‘5년 이하’라고 답했다.

산업구조 혁신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50.0%가 ‘주력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화’를, 20.6%가 ‘창업 벤처 활성화’를 꼽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이후 주력산업이 뭐가 될지 불확실하다”며 “3만달러냐, 4만달러냐는 숫자보다 4만달러 시대에 맞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저임금 일자리를 고임금 일자리로 대체하지 않으면 4만달러 시대로 갈 수 없다”며 “고통스럽더라도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을 퇴출하고 그 자리를 창업기업으로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국민소득 증가가 일자리 확대나 국민 개개인의 체감경기 개선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