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반도체 검사 장비 분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최근 유닉캐피털매니지먼트가 이끄는 중국 컨소시엄의 미국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엑세라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코후는 CFIUS 측에 “중국 자본이 엑세라를 인수하면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미국 내 경쟁자들을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코후는 또 “엑세라의 고객사인 퀄컴, 브로드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의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유닉캐피털매니지먼트는 지난 4월 엑세라를 5억8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뒤 CFIUS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인수 자금을 중국 국가반도체투자펀드에서 댄 것이 부각되면서 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의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어 왔다. 중국 정부 주도의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여파로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과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을 인수하려던 중국 기업의 시도는 모두 무산됐다.

엑세라 측은 “(경쟁사인) 코후 측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며 “우리는 고객사의 핵심 기술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WSJ는 “엑세라 인수 건 승인 여부는 중국의 미국 반도체 기업 사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