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해외 동반 진출
베트남서 구매 상담회 열고 협력사 수출 판로 개척 지원
신동빈도 참석…행사 챙겨

롯데백화점 저격수의 '변심'
수수료 비판하며 매장 뺐던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 "변화 느껴…함께 나갈 때"
25일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롯데 레전드호텔. 롯데백화점과 KOTRA가 공동 주최한 해외 바이어 초청 구매 상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의외의 인물 두 명이 나타났다. 한 명은 신동빈 롯데 회장. 신 회장이 협력업체 지원 현장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한 명은 국내 컴포트화 부문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 그는 ‘롯데백화점 저격수’로 불렸다. 롯데백화점에 수십 개 매장을 두고 있으면서도, 높은 수수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관계가 악화돼 롯데백화점에서 바이네르 매장 8개를 철수하기도 했다. 그는 “롯데가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 뒤 생각을 고쳐 먹었다. 지금은 함께 해외로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 회장과 김 대표가 행사장에 나타난 것은 롯데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이 25일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 레전드호텔에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신 회장은 롯데백화점이 주최한 협력업체 해외바이어 초청 구매상담회 행사장을 방문했다. 이날 구매상담회에 참석한 협력업체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오른쪽)가 현지 바이어들과 상담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오른쪽 사진)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이 25일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 레전드호텔에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신 회장은 롯데백화점이 주최한 협력업체 해외바이어 초청 구매상담회 행사장을 방문했다. 이날 구매상담회에 참석한 협력업체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오른쪽)가 현지 바이어들과 상담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오른쪽 사진)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신동빈 회장의 깜짝 방문

신 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조하며 방문지로 선택한 나라가 베트남이다. 그는 전날 하노이에 내렸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의 요즘 화두는 현장 경영과 글로벌 경영 확대”라며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나라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하노이에서 백화점 호텔 롯데리아가 모여 있는 하노이 롯데센터와 롯데마트 동다점을 방문했다. 인민위원장과 면담도 했다. 이날은 호찌민으로 이동해 일본 회사가 운영하는 백화점을 둘러봤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 해외 바이어 초청 구매 상담회 현장을 찾았다. 당초 일정에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이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며 행사장을 둘러보자고 청한 것을 받아들였다. 신 회장이 협력업체 지원 행사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행사에 참여한 한 협력업체 대표는 “신 회장이 행사장을 방문한 것을 보면 롯데가 변하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사회와 협력업체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하면 언제든 위기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을 경영진이 깨달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게 롯데 사람들 얘기다. 작년에 검찰 수사 등 시련을 거친 뒤 롯데가 얻은 교훈이다. 협력업체가 성장하지 않으면 롯데도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강 사장은 “앞으로 협력업체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의 ‘변심’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는 20대 때 구두 기능공이 됐다. 1984년 전국 기능경기 대회에 출전해 메달도 땄다. 롯데백화점에서 구두 판매원 일도 했다. 그는 1994년 안토니라는 구두 회사를 세웠다. 2011년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바이네르를 인수해 회사 이름을 바꿨다. 작년엔 6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절반은 롯데백화점에서 나왔다.

그러나 롯데백화점과는 관계가 좋지 않았다. 공개 석상에서도 롯데 임원들과 부딪혔다. 롯데도 그를 껄끄러워했다. 최근 수년간 롯데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유일한 협력업체였다.

김 대표는 이날 행사장에서 롯데에 대한 태도가 변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롯데백화점 경영진이 과거와 달리 협력업체와 함께하려 한다”며 “수수료 문제에도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안티롯데가 아니라 앞으로 롯데와 좋은 파트너 관계를 맺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시장에 대해 김 대표는 “이미 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모두 들어와 있어 만만치 않다”며 “롯데백화점과 함께 진출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협력업체들과 진행한 이번 해외 구매 상담회에는 국내 21개 중소기업이 참가했다. 여성 의류(몬테 밀라노, 요이츠 등)와 시계(크리스챤모드), 식품(씨네트웍스 등), 생활·가전(클푸, 토탈아트 등) 업체가 주를 이뤘다.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소비시장을 겨냥한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의 참가비용은 롯데백화점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지원했다. KOTRA는 현지 바이어 섭외를 맡았다. 베트남 쪽에서는 현지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자다베트남 등 100여 명의 바이어가 행사장을 찾았다.

호찌민=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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