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올 들어 내림세를 보이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이달 0.01%포인트가량 올랐다. 지난 15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동참하면 대출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借主)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가계대출의 6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다.

꿈틀대는 은행권 변동금리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KEB하나 등 4대 은행의 이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5월보다 0.01%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달 연 3.09~4.29%에서 이달 0.01%포인트 올라 연 3.10~4.3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연 2.81~4.12%에서 연 2.82~4.13%로 올랐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올렸다.

상승폭이 미세하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오른 건 올 들어 처음이다. 금리가 상승한 건 코픽스(COFIX)금리가 지난달 1.47%(신규 취급액 기준)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오른 여파다. 코픽스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산정할 때 활용하는 기준 지표다. 금리 상승은 필연적으로 가계 빚 상환 부담을 키운다. 특히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바뀐 금리를 적용받는 변동금리 대출자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가계대출의 65.3%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신협·새마을금고도 금리 올려

대출금리 상승세는 2금융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4월 말 기준 2금융권의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저축은행 연 10.77%, 신용협동조합 연 4.66%, 새마을금고 연 4.01% 등이었다. 1월 말에 비해 저축은행은 0.98%포인트 낮아졌지만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대출금리는 각각 0.06%포인트, 0.09%포인트 올랐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2금융권은 은행권에 비해 조달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대출금리 상승폭도 크다.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올 1월 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0.43%포인트 올랐지만 상호저축은행은 0.94%포인트 뛰었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2금융권 대출이 올 들어 급증했다는 점이다. 4월 말 비은행권(대부업 제외) 대출잔액은 762조286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4월에만 37조7445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증가액(29조37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저소득층 ‘직격탄’

앞으로 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 2조3000억원(지난해 말 기준)가량 늘어난다는 게 한국은행의 추산이다. 전문가들은 고소득층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취약계층이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빚 상환 여력이 취약한 차주는 고금리·비은행권 대출 의존도와 단기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규모도 크다”며 “대출금리가 오르면 2금융권 중심으로 부실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상미/김순신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