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모항 터미널은 매출·이익 격감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로 부산항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외국계 자본이 경영권을 장악한 신항의 터미널 운영사들의 매출과 이익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각 운영사의 회계감사보고서를 보면 아랍에미리트의 DP월드가 대주주인 신항 2부두(PNC)의 매출은 2천213억여원으로 2015년 2천13억여원보다 9.9% 증가했다.

영업이익(727억원)은 24.6%나 늘었다.

선석 6개로 신항에서 규모가 가장 큰 PNC는 민자 5천900억원을 들여 지었기 때문에 항만공사에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

항만공사로부터 부두를 빌려쓰는 운영사들은 선석당 연간 100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낸다.

싱가포르의 PSA가 최대지분을 가진 1부두(PNIT)의 매출액(1천141억여원)은 9.8%, 영업이익(226억여원)은 36.4% 각각 증가했다.

PSA가 지난해 현대상선으로부터 경영권을 사들인 4부두(HPNT)도 매출액이 1천299억6천여만원에서 1천365억6천여만원으로, 영업이익은 331억여원에서 367억여원으로 각각 늘었다.

현대상선이 채권단 요구를 맞추기 위해 자구 차원에서 이 터미널의 경영권을 매각할 당시 부산항만공사가 인수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성사하지 못했다.

호주 맥쿼리와 국내 연기금 등이 출자한 투자펀드가 최대지분을 가진 5부두(BNCT)는 지난해 매출액을 916억4천여만원으로 2015년보다 27.0% 늘렸다.

영업이익은 127억여원 적자에서 56억여원 흑자로 돌아섰다.

차입금 이자 등을 반영한 당기순손실은 745억여원에서 602억여원으로 줄었다.

유일하게 순수 국내자본이 경영하고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이용했던 3부두(HJNC)의 매출액은 1천520억원에서 1천192억원으로 21.6% 줄었다.

영업이익은 536억여원에서 107억여원으로 79.9%, 당기순이익은 342억여원에서 25억여원으로 92.6%나 줄었다.

이 터미널은 한진해운에서 받지 못한 하역료 270여억원을 결손처리한 탓에 순이익이 많이 줄었다.

외국계가 장악한 터미널들의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국내 최대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지난해 9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가 영업을 중단한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수출입화물이 머스크, MSC 등 외국선사로 대거 옮겨간 영향이 크다.

수출입화물의 하역료는 제3국으로 가는 환적화물보다 비싸다.

머스크와 MSC 등 외국선사들은 한진해운 사태로 물류대란이 발생하자 재빨리 대체선을 투입해 수출입화물을 대거 흡수했다.

또 입항거부나 압류 우려 때문에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공해를 떠돌던 한진해운 선박들에 실렸던 대량의 화물이 대부분 부산항에 내려진 탓도 있다.

지역 항만업계는 "해운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금융논리로만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바람에 결과적으로 외국선사들은 물론 외국계 터미널 운영사들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인해 국내 해운업계 운임수입 3조원이 외국선사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