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화학사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합병을 ‘EAA(에틸렌아크릴산) 사업부 매각’ 조건으로 승인했다. 지난 2월 이 사업을 3억7000만달러(약 42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SK이노베이션의 인수합병(M&A)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공정위는 9일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합병을 승인하며 “합병 완료 이후 6개월 이내에 EAA 사업부 중 한 곳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EAA는 접착성이 있는 합성수지의 일종이다. 알루미늄 포일 등 포장용 재료의 접착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다우케미칼은 ‘프리마코’, 듀폰은 ‘뉴크렐’이란 브랜드의 EAA를 생산하고 있다. 두 업체의 2015년 세계 EAA 시장 점유율은 총 47.8%(듀폰 32.5%, 다우케미칼 15.3%)다.

다우케미칼과 듀폰은 2015년 12월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5월 공정위에 합병 승인을 요청했다. 두 업체는 미국 기업이지만 한국 매출이 연 200억원 이상이어서 합병 심사 대상이 됐다. 공정위는 두 업체의 합병으로 EAA 시장의 경쟁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EAA 사업부 매각을 명령했다.

공정위의 매각 조치로 SK이노베이션의 다우케미칼 EAA 사업부 인수는 추진될 수 있다. 다우케미칼은 듀폰과 합병 성사를 전제로 EAA 사업을 SK 측에 팔기로 했다. 다우케미칼은 각국 경쟁당국의 합병 심사 과정에서 매각 명령을 예상하고 EAA사업부를 SK 측에 매각하기로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