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잘 걷히는' 세금…조세부담률 사상최고 육박
경기는 불황인데 정부는 ‘세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금이 예상보다 잘 걷혀 올해 조세부담률이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할 것이란 정부 전망도 나왔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면서 조세부담률이 19.5%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부담률은 국세와 지방세 수입 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지표다. 국민의 조세 부담 수준을 보여준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5.1%)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조세부담률 역대 최고치는 2007년 19.6%다.

지난 10월 말 기준 국세 수입(215조700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조2000억원 늘었다. 기재부는 7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때 올해 세수가 지난해보다 총 14조9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11~12월 세수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올해 세금은 추경 전망 때보다 8조3000억원이 더 걷힌다. 이를 감안해 전망한 올해 조세부담률이 19.5%인데 시차를 두고 집계되는 지방세를 더하면 역대 최고치인 19.6%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세수 호황은 3대 세목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골고루 잘 들어오고 있어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한 덕에 양도소득세가 많이 걷혀 소득세수(올해 1~10월 기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조8000억원 더 들어왔다.

법인세는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 실적이 개선된 점이 시차를 두고 반영됐다. 부가가치세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소비가 호조를 보인 영향이 컸다. 정부가 수출 기업에 환급해주는 부가가치세가 ‘수출 부진’ 때문에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