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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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기자 ] 정부가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을 결국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관광 산업 등에 미칠 긍정적 효과보다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18일 오전 미래창조과학·외교·통일·국방·행정자치·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하는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구글 지도 데이터가 반출되면 국내 관광객이 편리해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무엇보다 안보를 우선순위로 놓고 논의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6월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허가 신청서를 냈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을 통해 국내에서도 3차원 지도와 길안내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구글은 이같은 이유로 10여년전부터 한국 지도를 본사로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식적인 신청서를 써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초 정부는 지난 8월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업계 안팎에서 안보 우려와 구글의 세금 회피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결정이 한 차례 미뤄졌다. 이후 정부 관련 부처는 구글 미국 본사 직원들과 만나 협의를 진행해온 끝에 이날 최종적으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안보 문제였다. 구글맵의 해외 위성 사진 서비스엔 국내 군 시설 등이 그대로 노출돼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번 불허 결정에도 사실상 안보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구글 측에 위성영상을 블러나 저해상도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을 앞두고 업계에선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해 국외 반출이 허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그런 부분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통상 압력 등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깊게 논의하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구글은 향후에도 지도 반출 허가 신청서를 조건 없이 낼 수 있다. 정부는 구글이 재신청할 경우 협의체를 구성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국내 정보통신(IT) 업계와 공간정보업계에선 정부의 불허 결정을 반기면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논의 과정엔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이다.

한 포털 업계 관계자는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가 정확히 어떤 사람들로 구성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국내 공간정보업계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었던 만큼 협의체 구성원들의 직급이나 전문성 등을 공개하고 논의와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 공간정보산업 규모가 7조원에 달하며, 관련 기업 3000여곳에 10만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글은 안보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이번 결정은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구글코리아 측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련 법규 내에서 가능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한국에서도 구글맵 서비스의 모든 기능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