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대기업 반기 매출 300억弗 감소…非제조업도 소비침체에 부진

엔화 강세로 일본의 대표적 제조업체들이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8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소니와 혼다를 비롯한 8개 제조업 대기업들은 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에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300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 감소를 겪었다.

이들은 5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각오하는 상황이다.

일본 기업들은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때마다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이런 상용 수단이 환율 변동의 낙진을 상쇄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미 도쿄 증시의 토픽스 지수에 편입된 제조업체 가운데 100여 개사가 이미 투자자들에게 순익 감소를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SMBC 닛코 증권에 따르면 회계연도 2분기(7~9월) 실적 발표를 마친 제조업체들의 매출은 7.9%, 순익은 9.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본국에 송금하게 되면 실질적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의 영향은 소니와 혼다, 닛산, 파나소닉, 미쓰비시중공업, 리코, 히타치, 코마츠 등 일본의 간판기업들에서 더욱 현저하다.

이들의 상반기 매출 손실은 최소 3조엔(약 290억달러, 32조6천억원)에 이른다.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제조업체들이 지난 수십년 동안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가 하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등 애를 써왔지만, 앞으로는 험난한 시장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경쟁사들과 손을 잡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SMBC 닛코 증권의 이토 케이이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재래식 비용 절감의 여지는 적어졌고 합병과 인수, 통합의 모멘텀은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니의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는 배터리 사업을 애플의 부품 공급 협력사인 무라타에 매각한 것을 회계상의 손실로 반영한 탓에 연간 순익 전망을 25%나 낮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는 그룹 전체 인력의 7%에 해당하는 8천500명의 배터리 사업부 직원들을 무라타에 넘김으로써 거둘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며 매각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일본의 3대 해운회사인 미쓰이OSK와 니폰 유센, K라인은 10월말 컨테이너선 사업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3사는 상반기에 모두 영업 손실을 낸 형편이었다.

SMBC 닛코 증권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체들은 회계연도 전체(올해 4월~내년 3월) 순익이 직전 회계연도 대비 평균 12%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대의 감소폭이다.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 증권의 하가누마 치사토 수석 전략가는 일본 기업들이 본부 운영 규모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순익 마진은 글로벌 기준보다 여전히 낮다.

아직도 낭비가 많다"고 말했다.

수출에 의존하지 않는 비제조업체들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이들도 국내의 소비 부진, 중국 관광객의 지출 둔화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SMBC 닛코 증권은 비(非)제조업체들의 2분기 매출이 3% 감소했고 평균 순익은 4%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쓰코시이세탄 백화점은 회계연도 전체의 순익 전망치를 절반이나 낮춘 130억엔으로 제시했다.

중국 관광객이 지출 둔화로 고가시계와 귀금속의 판매가 부진함을 반영한 조치였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