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시 '질권설정·채권양도' 동의 필요…불이익 우려해 거절 일쑤
금감원 "부동산 소유권엔 영향 없어" 명시…집주인 설득에 활용

전세자금대출 때 임대인의 협조사항 등을 설명하는 표준안내서가 마련됐다.

전세대출 관련 제반절차와 법률관계 설명이 충분히 담겨 집주인의 오해를 줄이고 원만한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과 전국은행연합회가 공동으로 만든 전세자금대출 표준안내서가 이달 중 전국 은행 영업점과 부동산 중개업소에 비치된다.

임대인용과 임차인용으로 구분된 이 안내서는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임차인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대출신청 절차와 상환 절차, 임대인 협조사항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전세가격 상승으로 전세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막상 전세대출을 받으려 하면 일부 임대인들이 복잡한 법률관계를 꺼리면서 협조를 거부해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잦았다.

일부 전세대출의 경우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권리(보증금반환채권)를 보증기관에 양도하거나 은행이 전세보증금에 우선변제권(질권)을 설정해야만 대출을 승인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일부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 사실이 있는지를 단순 확인하려는 은행의 요청조차 거절하기도 했다.

대개 어려운 법적 용어가 등장하다 보니 혹시라도 자기가 법적인 책임을 질까 두려워 집주인이 협조를 피하는 경우가 잦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표준안내서는 임차인이 집주인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전세대출에 따른 각종 법률관계 변화가 임대인의 재산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금융당국이 확인해 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표준안내서는 이와 관련 "질권설정 또는 채권양도계약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가진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해 임차인과 은행이 체결하는 것으로, 임대인의 부동산 소유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전세대출은 은행과 임차인과의 계약이므로 집주인의 소유권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표준안내서는 또 임대차 계약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확인서에 임대인의 서명이 필요하고, 질권설명 또는 채권양도 관련 통지서가 우편발송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질권설정이나 채권양도계약이 이뤄진 경우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대상이 세입자가 아닌 은행으로 바뀌게 된다.

임차인용 표준안내서에는 대출을 위해 임대인의 협조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과 보증금 및 근저당 설정액의 합계액이 주택가격을 초과할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유의사항이 포함됐다.

또 전세대출 때 보증기관별로 요구되는 제반 절차와 대출한도 등을 비교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전세대출 보증은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3곳이 제공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질권설정 또는 보증금반환채권 양도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채권 양도를 필수 사항으로 두고 있다.

반면 주택금융공사 보증은 질권설정이나 채권양도를 필수요건으로 두지 않고 있으며, 보증한도를 높이려 할 때만 이를 요구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집주인에게 질권설정 또는 채권양도 통지서 발송이 곤란한 경우에는 주택금융공사 보증 상품이 유리하다.

다만 대출한도가 서울보증보험은 5억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3억2천만원인 데 반해 주택금융공사는 2억2천200만원으로 낮다.

또한 주택금융공사 보증 선택 시에도 전세계약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를 집주인에게 확인하는 절차는 피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은 집주인 성향에 따라 동의를 잘 해주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집주인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경우에는 집주인의 동의 없이 가능한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경우도 전세계약이 있는지는 집주인에게 확인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집주인에게 피해가 없다는 사실을 표준안내서를 활용해 안심시키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4년 말 38조9천억원에서 작년 말 45조7천억원, 올해 6월 말 현재 49조8천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