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력자에게만 CEO 맡기라는 금융위
다음달 이후 금융권에서 일한 경험이 없으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기 어려워진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은행 등에서 시행해온 CEO 자격 기준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인터넷은행 출범과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등 금융과 정보기술(IT) 결합 흐름 등을 고려할 때 CEO 자격 제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에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오는 11월 공시 일정에 맞춰 준비 중인 지배구조 관련 내부규범에 엄격한 CEO 선임 절차 및 자격 기준을 담을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8월 시행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10월31일까지 관련 내부규범을 준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시행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14조에는 CEO 자격에 관한 사항에 금융회사는 구체적인 원칙과 절차를 담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소관부처인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내부규범을 정할 때 은행계열 금융지주사가 법 시행 전에 따르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참고하도록 했다. 정부가 사실상 CEO 선임과 관련한 내부규범 모범답안을 제시한 셈이다.

금융경력자에게만 CEO 맡기라는 금융위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금융회사가 CEO 자격 조건과 관련해 참고해야 할 내용은 32조에 있다. 32조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선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 사장단 인사에도 제약이 생겼다. 지금까지는 금융권 경험이 없더라도 경영적 판단에 따라 금융회사 CEO로 선임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젠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회사 이사회가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하면 금융권 경험이 없어도 CEO로 올 수 있다는 예외조항은 있다. 하지만 예외조항이 ‘금융권 경험 원칙을 앞설 수는 없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CEO는 주주들이 정할 몫”이라면서도 “예외조항이 있다고 해서 아무 제약 없이 금융권 경험이 없는 CEO가 올 수 있다고 광범위하게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CEO 자격 제한의 첫 적용 사례는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주요 금융 계열사 CEO의 임기가 내년 1월 끝나기 때문이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 사이에서는 CEO 후보군을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EO 자격 조건이 생긴 이상 CEO 후보군의 경력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그룹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에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무시 못할 변수로 등장했다”며 “금융 계열사 CEO 후보군은 미리 양성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금융회사지배구조 모범규준32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는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금융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금융회사의 공익성 및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로 선임돼야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